미국 의회는 상원과 하원의 양원제다. 모든 법안은 양원을 통과해야 효력을 갖게 된다. 하원의원 수는 435명으로 지역구민 약 60만 명을 대표한다. 한국의 비례대표 같이 지역구가 없는 의원은 없다. 상원은 주의 크기에 관계없이 한 주에서 2명씩 모두 100명이다.

지난번 하원을 통과한 건강보험 개혁안에서 보듯 바락 오바마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한 이 개혁안에 민주당 소속 의원 3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오바마가 직접 일 대 일 설득에 나섰지만 의원들이 지역구민들의 뜻이라며 반대,개혁안은 2표 차로 간신히 통과됐다. 당론에 반기를 들었다가는 다음 공천이 어려워지는 한국 국회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실 당론을 따르는 한국의 국회를 보면 투표는 왜 하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당 지도부가 결정하면 되지 구태여 290여명의 거수기가 왜 필요한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야당은 지금도 4대강 예산을 문제삼아 예산심의를 보이콧하고 있다. 투표를 하면 질게 뻔한 만큼 시간을 끌면서 다수당의 횡포를 비난하는 쇼 외에는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건강보험 개혁에 성공한 이유는 물론 그의 지도력도 있지만 양원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어서다. 상원은 60 대 40이고 하원도 257 대 178로 압도적이다. 필리버스터는 하원엔 없고 상원에만 전통적으로 내려온 법안 저지 방법으로 야당이 단상에 올라가 며칠이고 계속 연설을 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단상을 점령하는 한국의 제도와 유사하다. 이 연설을 중단시키거나 없애려면 60표의 동의가 필요하다. 민주당 의원 60명이 전원 찬성한 것은 끊임없는 내부 조율의 결과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하원에서 통과된 법과 상원에서 통과된 법은 그 내용이 다르다. 특히 하원은 정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을 허용했지만 상원은 이를 삭제했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절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비록 양원이 각각 통과시켰다 해도 양쪽 대표가 모여 서로 양보 절충해서 단일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벌써 정부 운영에 대한 절충안을 내놓았다. 두 개의 보험회사를 선정하고 이들을 정부기관이 감독하는 안이다. 이렇게 상하원이 최종 합의를 본 한 개의 법안을 다시 상하원에 상정해서 본회의에서 투표로 결정한다. 이 최종 투표일을 민주당은 1월 말이나 2월 초에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상하원 대국민 국정연설에 맞추려 하고 있다.

아마도 상하원 모두 무난히 통과할 것이다. 모든 것을 의사당 안에서 토론과 투표로 결정하는 게 미국 의회주의다. 몸싸움과 장외투쟁은 필요가 없다. 미 의회 같이 개개 의원의 양식에 맡겨 본인의 의사대로,지역구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투표하도록 하는 진정한 의회제도가 되려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전 미 연방하원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