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한국형 원전 컨소시엄'이 참여하게 됐다. 규모가 총4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는 대형 사업으로,한국전력 주도의 이 컨소시엄에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등 국내기업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일본 도시바도 참여하고 있다. 수출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큰 사업규모도 규모지만,한국 원자력 역사상 최초의 원전 플랜트 수출이라는 점에서 쾌거(快擧)가 아닐 수 없다.

이로써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에 국제 원전시장으로 우리의 기술이 본격 진출할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전통적인 원전 강국인 미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한국 원전산업의 안전성과 경제성까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인 만큼 향후 20년간 전 세계적으로 추가 수요가 예상되는 1200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시장을 적극 공략할 민관 합동 전략도 이제부터 하나하나 짜나가야 한다.

이번 사업은 발전소 시공 등 건설부문만 20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NF쏘나타 100만대나 30만t급 대형유조선 180척 수출금액과 맞먹고,고용창출 효과도 건설기간 10년간 11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정부 추산이니 프로젝트의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원전을 60년간 가동 운영하는데도 200억달러의 시장이 뒤따른다니 우리 경제에 파급 효과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에 이어 또 하나의 성장 전략산업이자 중점 수출산업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해주는 분야임이 틀림없다.

UAE 원전수주는 국가간 무한 경제전쟁에서 외교력,특히 정상외교가 어떤 전략 아래 어떻게 실행되어야 하는지도 다시한번 보여줬다. 단순히 기술력과 경제성만으로는 대외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기술수준과 가격경쟁력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국가차원의 종합적인 외교력과 협상역량이 총체적으로 뒷받침되어야만 국제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부다비 현지체류로 보면 사실상 하루짜리 출장에 적극 나선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실무자급의 열 번,백 번 접촉보다 정상외교 한 번이 효율적이라는 외교가의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닐 것이다.

경제외교는 안보외교와 더불어 우리의 대외 생존전략이 됐다. 대통령부터 세일즈 외교에 더 적극 나서 세계 어디라도 달려가야 하고,각부처도 관련 산업계와 한 팀이 돼 세계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그럼으로써'원전 르네상스'를 넘어 국제시장에 활발히 진출할 미래형 성장 유망산업을 계속 발굴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