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기피신청 319건중 318건 기각…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법리에 대한 무지·의도적 재판 지연 등 이유
법원도 수용에 소극적…'제도' 있으나 마나
법원도 수용에 소극적…'제도' 있으나 마나
A씨는 신호위반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자 치료비를 확보하기 위해 가해자의 부동산에 대해 가압류신청을 했다.
담당 판사는 현행 민사집행법에 따라 가해자를 위한 담보로 현금 500만원을 공탁할 것을 명했고, A씨는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범법자에 대해 담보를 제공하라고 했다"며 법관 기피신청을 냈다. 법원은 "담보 제공은 법관의 재량으로 결정하는 문제"라며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해당 법관이 해당 소송을 맡을 수 없도록 법원에 신청하는 법관 기피신청이 매년 늘고 있다. 그러나 적법한 재판 진행에 대해서도 법리에 대한 무지나 재판 지연 등 이유로 제기하는 건수가 많은 데다 법원도 기피신청을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이어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경우에 따라서는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관 기피신청은 2005년 209건에서 지난해에는 300건으로 늘었고 올해에는 지난달까지만 319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기피신청이 인용된 건수는 단 한 건이었다. 나머지는 담당 법관이 각하하거나 법관이 속한 법원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이에 대해 애초부터 기피요건이 될 수 없는 사안들로 신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의 권태형 공보판사는 "대법원 판례에서는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상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이 합리적으로 인정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에 기피신청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는데 대부분 주관적인 감정으로 신청을 해 기각당한다"며 "기피신청이 들어오면 재판은 일단 중단되기 때문에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권 판사는 "기피신청이 기각된 후 항소해 대법원까지 가면 재판이 수개월 지연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기피신청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라며 "재판에 필요하지 않은 증거가 받아들이지 않을 때 특히 기피신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관 기피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객관성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기피신청이 들어오면 해당 법관이 각하시키거나 법관이 속한 법원의 합의부가 기각 여부를 결정하는데 스스로 불공정을 인정하기는 힘들다"며 "독립적인 외부 기관이 기피신청에 대한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관이 특정 변호인과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으면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도록 명문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담당 판사는 현행 민사집행법에 따라 가해자를 위한 담보로 현금 500만원을 공탁할 것을 명했고, A씨는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한 범법자에 대해 담보를 제공하라고 했다"며 법관 기피신청을 냈다. 법원은 "담보 제공은 법관의 재량으로 결정하는 문제"라며 A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해당 법관이 해당 소송을 맡을 수 없도록 법원에 신청하는 법관 기피신청이 매년 늘고 있다. 그러나 적법한 재판 진행에 대해서도 법리에 대한 무지나 재판 지연 등 이유로 제기하는 건수가 많은 데다 법원도 기피신청을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이어서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경우에 따라서는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관 기피신청은 2005년 209건에서 지난해에는 300건으로 늘었고 올해에는 지난달까지만 319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기피신청이 인용된 건수는 단 한 건이었다. 나머지는 담당 법관이 각하하거나 법관이 속한 법원에서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이에 대해 애초부터 기피요건이 될 수 없는 사안들로 신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의 권태형 공보판사는 "대법원 판례에서는 법관과 사건과의 관계상 불공평한 재판을 할 것이라는 의혹이 합리적으로 인정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때에 기피신청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는데 대부분 주관적인 감정으로 신청을 해 기각당한다"며 "기피신청이 들어오면 재판은 일단 중단되기 때문에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권 판사는 "기피신청이 기각된 후 항소해 대법원까지 가면 재판이 수개월 지연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기피신청을 하는 경우도 상당수"라며 "재판에 필요하지 않은 증거가 받아들이지 않을 때 특히 기피신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관 기피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객관성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기피신청이 들어오면 해당 법관이 각하시키거나 법관이 속한 법원의 합의부가 기각 여부를 결정하는데 스스로 불공정을 인정하기는 힘들다"며 "독립적인 외부 기관이 기피신청에 대한 판단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법관이 특정 변호인과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으면 기피신청이 받아들여지도록 명문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