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이 녹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뒤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잘못된 일'이라는 그동안의 소신을 접기로 했다. " 그린피스 영국 대표를 지낸 반핵 환경운동가 스티븐 틴테일의 말이다.

원전 지지는 국가로도 번지고 있다. 1987년 국민투표로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고 가동 중인 4기의 원전마저도 폐기했던 이탈리아.20여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이탈리아는 2013년부터 2030년까지 1650㎿급 원전 8~10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1986년 옛 소련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의 여파로 원전을 폐기했던 이탈리아 국민은 만성적인 전력 부족에 시달리며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원전이 온실가스 감축과 세계 에너지 수요 급증에 대응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은 31개국에서 436기가 운영 중이다. 전체 발전량의 15% 수준이다. 유럽지역이 197기로 가장 많고 북미(122기) 아시아(109기) 남미(6기) 아프리카(2기) 등의 순이다.


한동안 원전을 기피했던 국가와 아시아 및 중동의 신흥개발국에서도 원전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원전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원자력협회가 지난 10월 발표한 자료에서 2030년까지 430기가량의 원전이 새로 건설돼 약 1200조원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1979년 스리마일아일랜드(TMI) 원자로 사고 이후 30년간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미국은 최근 원전 건설을 재개해 주목된다. 53기의 원전을 운영 중인 일본도 원자력입국계획을 내놓고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체 전력의 약 78%를 원전에서 충당하는 유럽 최대 전기 수출국인 프랑스(58기 운영) 역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부 주도의 강력한 개발 체제 구축에 나섰다.

탈(脫) 원전정책을 추진했던 국가들도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 영국은 지난 11월 원전 10기 건설계획을 발표,유럽의 원자력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다. 2002년 원전폐기법을 발효하며 원전 폐지 정책을 유지했던 독일도 9월 총선 이후 기존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 충당과 온실가스 감축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는 신흥개발국 중에서는 중국이 '신에너지산업개발계획'을 통해 현재 9GW인 원전 설비를 2020년까지 86GW로 대폭 늘리기로 했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는 원전 1400㎿급으로 치면 55기를 새로 건설해야 충당할 수 있는 야심찬 목표다. 인도 역시 2032년까지 50여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동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전시장 쟁탈전은 한국의 가세로 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웨스팅하우스(미국,점유율 28%) 아레바(프랑스,24%) 제너럴일렉트릭(미국,20%) AEP(러시아,10%) 등이 각각 도시바 미쓰비시 히타치 지멘스 등과 인수 · 합병(M&A)이나 제휴를 통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