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자종이(e페이퍼)시장 2위를 달리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선두업체인 대만 PVI와 손을 잡았다. 전자종이를 주력 제품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28일 대만에서 PVI의 모회사인 유엔풍유그룹 허쇼오추안 회장과 전자종이 기술의 공동연구 및 기술협력 등을 골자로 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PVI의 제조 자회사 하이디스가 발행할 예정인 3050만달러(약 357억원) 규모의 회사채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달 초 1000만달러(117억원)를 들여 PVI의 해외주식예탁증서 420만주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로 자본을 투입키로 한 것.기술과 특허를 교환하고 필요에 따라 생산시설을 공유한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포함돼 있다.

◆전자종이 연합의 탄생

PVI는 전체 전자종이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업체로 아마존,삼성전자 등 전자책 제조업체에 전자종이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종이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전자종이 소재를 공급하는 미국 E잉크사를 인수,시장 지배력이 한층 높아졌다.

권 사장은 "이번 제휴를 계기로 전자종이 사업을 본격 전개할 예정"이라며 "유엔풍유그룹과 전자종이 등 디스플레이 제품을 상호 구매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휴로 전자종이 시장이 LG디스플레이와 PVI의 양강(兩强)구도로 굳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1~2위 업체의 합종연횡으로 거대한 기술 장벽이 형성돼 후발업체의 진출이 힘들어졌다는 분석이다. 전자종이 시장 규모는 올해 1억3000만달러에서 2013년 10억6000만달러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둘둘 말고 다니는 디스플레이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는 주인공 톰 크루즈가 종이와 비슷한 재질의 전자신문을 읽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기술을 현실화한 것이 전자종이다. 이 제품은 'LCD 화면을 종이처럼 둘둘 말아서 들고 다닐 수 없을까'라는 고민 끝에 만들어졌다. 별도의 광원(光源)이 필요 없어 오래 봐도 눈이 아프지 않으며 질감도 종이와 비슷하다. 어느 각도에서 봐도 똑같은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전자종이의 장점으로 꼽힌다.

PVI가 인수한 e잉크사의 '전자잉크 방식'이 가장 널리 쓰인다. 전자잉크는 마이크로 캡슐에 미세입자를 넣는 방법으로 제작한다. 캡슐 윗면에 마이너스 전류를 흘리면 미세입자가 떠올라 캡슐의 색깔이 검은색으로 바뀐다. 플러스로 전극이 바뀌면 다시 흰색으로 돌아간다. 이 방식의 장점은 미세입자가 떠오른 상태에서 전원을 꺼도 같은 상태가 유지된다는 것.대기모드에서 전력을 쓰지 않기 때문에 베터리 충전도 자주 할 필요가 없다.

◆LCD 부럽지 않은 미래시장

전자종이가 가장 널리 쓰이는 분야는 전자책이다. 글로벌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전자종이를 활용해 만든 전자책을 내놓은 후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옥외에 설치된 시계나 광고판 등에도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업계에서는 기술이 더 발전하면 둘둘 말 수 있는 전자 신문,입고 다니는 전자 의류 등도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자종이에도 단점이 있다. 컬러 구현이 힘들고 응답속도가 느리다. TV나 휴대폰에 전자종이를 쓰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 신문과 잡지가 빠르게 보편화되면 전자종이가 LCD 못지않은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