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26~27일 UAE 방문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자의 행보였다. 이 대통령이 26시간 체류하는 동안 모하메드 왕세자는 공항 영접,정상회담 배석,두 차례 면담,이슬람 사원 시찰,공항 환송 행사 등을 함께 했다. 왕세자는 아랍권에선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과 포옹까지 했다. 차기 UAE 대통령 내정자이자 이번 원전 수주 전 과정을 책임진 실권자가 안면도 없는 이 대통령을 이렇게 시종 극진하게 '모신' 이유는 뭘까.

청와대 참모들은 우선 이 대통령이 최고경영자(CEO) 시절 쌓았던 중동 국가들과의 '협상기술'을 꼽는다.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와 여섯 차례 전화 통화에서 가격,공기,기술력과 같은 '하드웨어적' 측면에서 우리의 우수성을 알리는 것과 함께 인간적 신뢰,우정 등을 '코드'로 한 감성적 접근법을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이 비즈니스 핵심은 사람에게 있다는 것을 꿰뚫어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11월6일 '패색이 짙다'는 보고를 받은 후 모하메드 왕세자와의 첫 통화에서 "30년,50년 긴 장래를 보고 형제 국가로 진심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시간을 달라"고 했다. 모하메드 왕세자의 첫 반응은 "다른 하실 말씀이 있는지요…"였다. 이미 프랑스로 결정했다는 것을 통보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는 뜻이었다. 이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다. 두 번째 통화에서 이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고 함께 하고자 하는 열성은 다른 어떤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갖고 있다. 형제국과 같은 관계를 유지해 나가자"고 설득했다.

11월 하순 세 번째 통화에서는 "양국이 건설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마음이 함께 가야 한다"고 하자 모하메드 왕세자도 장기적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며 마음의 문을 조금 열었다. 12월 초순 네 번째 통화 후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었고 지난 15일 모하메드 왕세자는 한국 수주를 잠정적으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18일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가 있던 이 대통령을 초청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통화 과정에서 "한국이 원전을 수주하게 된 것은 신의 뜻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이 수석이 전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