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4시(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에 있는 현대건설 현지 지사에는 환호성이 일었다. 지척 거리의 아부다비 힐튼호텔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UAE 원전 수주를 공식 선언하자 한국인 직원 6명을 포함한 현지 인력들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혜주 지사장은 "이달 초만 해도 원전 수주가 확실치 않았는데 이 대통령의 아부다비 방문을 전후해 극적으로 반전됐다"며 "막판 수주전으로 지칠 대로 지친 현지 지사원들의 몸이 날아갈 듯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장은 "정부와 기업이 혼연일체가 된다면 앞으로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플랜트 공사를 다 따낼 자신이 있다"며 "천군만마를 얻은 듯 사기가 충천해 있다"고 전했다.

28일 정부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UAE 원전 수주의 쾌거가 전해지면서 중동 플랜트를 중심으로 해외 건설 '수주 대박' 행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해 492억달러로 사상 최대 해외 건설 실적을 올린 국내 건설 · 플랜트 업계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엔 '꿈의 800억달러대' 돌파를 자신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UAE 원전이나 가나의 100억달러 주택사업 수주는 내년 실적으로 잡힐 예정"이라며 "내년엔 해외 건설 수주액이 800억달러까지 육박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이는 올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중동지역 플랜트 발주 붐이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인 데다 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터키 요르단 등의 신규 원전 수주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통상 해외 플랜트 수주는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의 58~60% 수준인데 올해는 73%를 차지했다. 내년에도 65% 수준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만큼 발주량이 많다는 얘기다. 이번 원전 수주에 힘을 받은 국내 건설업체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며 해외 수주 총력전을 펼칠 태세여서 800억달러 수주는 사정권에 충분히 들어올 수 있는 목표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원전 시장에서는 터키가 현재 진행 중인 아큐유 원전 외에 시놉 지역에 제2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요르단은 아카바 인근에 100만㎾급 원전 2기 건설을 목표로 기술성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한전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터키 요르단 등 원전 도입 계획이 가시화한 신규 원전 시장 위주로 '민 · 관 합동 수주'에 나설 방침이다.

정유,가스 생산,발전소 등 플랜트 발주도 새해 벽두부터 줄지어 있다. 아부다비에서는 내년 총 130억달러 규모의 샤 가스 플랜트와 50억달러 규모의 보르주 3기 프로젝트가 각각 발주된다. 세계 최대 석유화학 단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보다 규모가 더 큰 케마위아트 프로젝트도 내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발주된다.

이상기 GS건설 상무는 "아부다비를 포함한 중동 국가들이 정유 · 석유화학 플랜트 경험이 많은 한국 건설업체들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다"며 "가격 경쟁력이 높고 납기일 단축 등으로 발주처의 만족도가 높아 수주가 급증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