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정리하는 키워드를 26개의 알파벳 'A to Z'로 정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정상화를 뜻하는 'Exit strategy(출구 전략)'가 대표 키워드로 뽑혔다.

E 출구전략 Exit Strategy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란 말은 원래 군사용어였다. 미국은 1970년대 들어 베트남전에서 패배가 눈에 보이자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모색했고 관리들이 이를 출구전략이라 부르면서 이 용어가 퍼져 나갔다. 이 말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말께였다.

당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국제통화기금(IMF),주요 8개국(G8) 재무장관회의 등에서 실무자들이 위기 때 취한 정책들을 원래대로 환원시키는 것을 'Exit'라 쓰고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월가 투자은행들이 전망보고서를 쓸 때 'Exit Strategy' 혹은 'Exit Plan'이라고 표현하면서 이 용어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취한 비상조치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의 금리 인하 △막대한 유동성 공급 △천문학적인 재정자금 투입 등이었는데 출구전략이란 이를 되돌리는 것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였다.

국내에선 '출구전략'이란 말이 지난 4월 과잉 유동성 논란이 벌어지면서 본격 언급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지역의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자 이를 막기 위해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고 연 2%까지 낮춰 놓은 한은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일기 시작했다.

한은 내부에선 1분기 성장률이 0.1%로 미미하긴 하지만 플러스를 기록했고 산업생산 소비심리 주가 등이 회복되면서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연 3.25%)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한은은 5월부터 장기적 관점에서 출구전략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6월부터 출구전략 이슈는 시행시기를 놓고 치열한 논란이 벌어졌다. 전선은 정부와 한은 사이에서 형성됐다. 한은은 저금리의 부작용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고 특히 부동산시장에서 거품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6월11일 기자회견에서 "경기하강세는 거의 끝났다"며 기준금리 인상 검토를 시사했다. 하지만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15일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한 만큼 출구전략은 시기상조"라고 맞섰다. 이 총재와 윤 장관의 공방은 이후 계속됐다. 경제수장들의 엇갈린 발언으로 국민이 혼란스러워하자 이명박 대통령이 나섰다. 이 대통령은 7월27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현 시점에서 출구전략을 펴는 것은 이르다"고 정리했다.

이 총재는 9월10일 "기준금리를 일부 올리더라도 여전히 금융완화 상태"라고 말하며 기준금리 인상이 다가왔다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국내외 경기불확실성을 감안해 연 2%의 저금리를 유지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0개월 연속 동결한 데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강화 등으로 집값이 하반기 들어 잡힌 탓도 크다.

출구전략은 국제공조 측면에서도 논란이 빚어졌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 20개국(G20)은 9월 정상회의를 통해 출구전략을 시행할 때 국제공조를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9월 이스라엘에 이어 G20 중 하나인 호주마저 10월 금리인상에 동참하자 국제공조는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회의론이 부상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저금리를 유지해 큰 틀은 이어지고 있다.

출구전략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일년 내내 빅이슈가 될 전망이다. 한은은 공공연하게 기준금리를 연 3%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하는데 시점을 언제로 잡을지가 관건이다. 미국이나 EU의 경우 금리인상 시점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이며 경기가 예상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내후년에나 본격적인 출구전략이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A 아프가니스탄 전쟁 Afghanistan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궁지에 몰렸다. 8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군의 올해 사망자 수가 300명을 넘어섰고 8년간 희생자수는 1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마침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만명의 아프간 추가 파병을 결정했다. 미국이 지원하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이 부정선거 논란 끝에 재선에 성공했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한국 정부는 최초 병력을 320명 내외로 하되 현지 정세나 병력운용 상황에 따라 350명 이내로 늘릴 수 있는 국군부대의 아프가니스탄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B 야구 열풍 Baseball

야구 열풍이 올 한 해 한국을 휘감았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준우승으로 점화된 야구 열기는 프로야구 시즌이 막을 내린 후에도 야구 동호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등 잦아들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는 이번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사상 최다인 593만여명의 관중을 모았고 입장 수입만 338억원을 넘었다. 프로야구 열풍의 주역은 KIA 타이거즈다. KIA는 12년만에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야구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았다.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나지완(KIA)이 터트린 끝내기 홈런은 역대 최고의 한국시리즈 장면으로 꼽힐 만하다.

C 중국·대만 경제협력 Chiwan

'차이완'은 중국과 대만의 영문명인 China와 Taiwan의 각각 앞뒤 알파벳 3글자씩 따서 만든 합성어다. 지난해 5월 대만 마잉주 총통 취임 이후 경제협력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을 표현한 단어로 사용빈도가 급속히 늘고 있다. 반세기 이상 극도의 대립상을 보였던 중국과 대만이 상호협력과 상생의 시대로 본격 접어든 것이다. 중국과 대만이 추진중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은 차이완 시대 개막을 알리는 결정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가간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FTA) 대신 ECFA를 추진하고 있다.

D 두바이 모라토리엄 Dubai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경제는 연말 두바이 쇼크로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11월말 야자나무 모양의 인공섬 개발을 맡고 있는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 두바이월드가 6개월간 채무동결(모라토리엄)을 전격 선언하면서 중동의 '두바이 신화'는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유럽과 아시아 등 글로벌 증시가 한때 폭락하는 등 제2의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맡형 격인 아부다비가 두바이에 100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수혈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두바이 사태는 재정이 취약한 국가들의 도미노 파산 우려를 낳기도 했다.

F 신종플루 Flu

2009년 3월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병원을 찾은 10세 소아의 비인두에서 처음 검출된 신종플루는 전세계를 강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에서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종플루 감염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15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일시 품절되기도 했고 손세정제와 항균마스크,체온기,공기청정기 등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신종플루의 치명성은 일반 계절독감 바이러스보다 강하지 않으나 저연령층에서는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년이 지나야 치사율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G 치솟는 금값 Gold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미국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금 값이 말 그대로 '금 값'이 됐다. 전세계적으로 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사재기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금 생산국으로 떠오른 중국은 자국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금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제 금값은 올들어 28% 이상 급등했다. 연초 온스당 857달러에 출발한 금값은 12월초 사상 최고가인 1218.3달러를 찍었으며 이후 급등에 따른 차익매물이 흘러나오면서 1100달러선에 거래되고 있다.

H 희망의 코펜하겐 Hopenhagen

12월 7~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은 지구를 구할 수 있는 협정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에 호펜하겐 회의로 불렸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벽을 허물지 못한 채 '절반의 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새로운 코펜하겐 협정은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고,선진국들은 향후 3년간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돕기 위해 개발도상국들에 300억 달러를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온실가스 억제 계획에 대해서는 차후에 정한다는 것에 동의했을 뿐 구체적인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I 아이폰 열풍 iPhone

'아이폰 신드롬'이 2009년 말 국내 휴대폰 시장을 강타했다. 아이폰은 매킨토시 컴퓨터로 유명한 미국 애플사가 만든 스마트폰(PC 기능을 갖춘 휴대폰)으로 MP3플레이어인 아이팟과 휴대전화를 결합시킨 상품이다. 2007년 6월 첫 선을 보인 이후 전 세계적으로 3500만여대가 팔려 나갔다. 국내에서는 KT가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아이폰에 대항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이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들은 무선 인터넷 요금을 크게 낮췄다.

J 일자리 Job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지만 고용률은 10월 현재 59.3%로 전년 동월 대비 0.7% 떨어졌다. 실업자는 79만9000명으로 8.6%가 늘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년도 경제운용의 가장 큰 목표를 고용으로 삼았다.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소비 진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월 1회 이상 주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도 신설돼 내년 1월 중에 첫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긴축경영에 대비해 정규직 채용을 많이 늘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고용 없는 성장'이 장기화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으면 경기회복을 체감하기 어렵다.

K 회장선출 논란 KB금융

파생금융상품 투자 손실과 관련한 황영기 전 회장의 중도 하차로 공석이 된 KB금융지주 회장에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내정됐다. 강 행장을 포함해 관료 출신인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 모두 3명이 후보에 올랐으나 김 전 사장과 이 사장이 불공정 경쟁 문제 등을 제기하며 돌연 사퇴해 파행을 겪었다. 금융당국은 KB금융지주 측에 회장 선임 일정을 늦춰 줄 것을 주문해 '관치 논란'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사외이사 제도 개편을 통해 시중 은행의 지배구조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L 루저女 루저男 Looser

한 여대생의 발언에 대한민국의 키 작은 남자들이 상처를 받았다. 지난 11월9일 KBS 2TV '미녀들의 수다' 방송 중 한 여대생이 키 작은 남성들을 '루저(looser · 인생 패배자)'라고 발언한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방송 이후 인터넷 등엔 그녀를 비난하는 글들이 쏟아졌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 여대생은 "대본에 따른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출연자에게 대본을 강요하는 일은 없다"는 글을 게시판에 올렸다가 1시간 만에 내려 방송사의 시청률 지상주의 제작 관행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여왕들의 활약…원전 수출…대한민국의 저력 세계에 보여줘

M 미디어법 Media

신문사가 방송사를 겸영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 미디어법이 7월 22일 여야간 극심한 몸싸움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대리 투표와 일사부재의 위반 문제 등 절차상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가처분 및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지난 10월 절차상 문제를 인정했지만 미디어법이 무효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요 일간지들은 종합편성채널 사업권자가 되기 위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종편이 출범하면 지상파 독과점 구조가 깨지고 방송시장 확대와 함께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N 핵미사일과 원전 Nuclear

올 한 해 한반도는 핵으로 울고 웃었다. 지난 5월 북한의 2차 북핵 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북한의 미 여기자 억류와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으로 해빙의 실마리를 찾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방북했고 이산가족 상봉이 2년 만에 재개됐다. 연말에는 한국이 프랑스와 미국-일본 컨소시엄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원자력발전소 사업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수주 금액이 400억달러 규모로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기술,한국원자력연료 등 공기업과 현대건설 삼성물산 두산중공업 웨스팅하우스 등이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O 통신사의 마케팅 열전 Olleh

'올레(KT)''생각대로 T(SK텔레콤)''OZ(LG텔레콤)'등 통신사들의 마케팅이 뜨거웠다. '올레'를 내세운 KT는 휴대폰과 인터넷전화를 함께 쓰는 FMC(유 · 무선통합)서비스 등 유 · 무선 융합 경쟁을 주도했다. 올레는 Hello의 역순으로 역발상,혁신을 뜻한다. 치열한 마케팅 경쟁은 단말 보조금 확대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통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요금 경쟁도 치열했다. 통신요금이 높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초당 과금제 도입,시내 · 외 요금 단일화,가입비 인하 등의 대책이 나왔다. SK텔레콤이 하나카드 지분을 인수키로 하는 등 다른 업종과의 융합 시도가 나타났다.

P 출산 장려 정책 Parturition

우리나라 여성의 출산율은 지난해 1.18명으로 선진국 평균치(1.64명)나 유럽(1.50명) 아시아(2.35명)의 출산율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젊은 층이 줄어 앞으로는 구직난이 아니라 구인난을 겪을 것이라는 예고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다자녀 가정에게 보금자리주택 등 아파트를 우선 공급하고 양육비를 지원하는 등 출산장려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낮추자는 방안이 출산장려 대책으로 나와 논란을 빚기도 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내년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올해보다 25% 늘어난 5조9633억원을 책정했다.

Q 김연아·신지애 女風 Queen

올해는 유달리 퀸(여왕)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피겨퀸' 김연아(19 · 고려대)는 올 시즌 5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우승했다.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시니어 그랑프리 1차대회에서는 총점 210.03점(쇼트프로그램 76.08점 · 프리스케이팅 133.95점)의 경이적인 기록을 작성해 동계올림픽 금메달 획득 전망을 밝게 했다. 골프에서는 '파이널 퀸'신지애가 미국LPGA무대에서 3승을 거둬 신인상,상금왕,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내년에는 '올해의 선수상'도 수상하겠다는 각오다. 드라마에서는 선덕여왕이 시청률 30%를 웃도는 인기로 '여풍 강세'를 이끌었다.

R 4대강 논란 River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대운하 사업을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에 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종식될 것 같았던 정치공방은 4대강 사업으로 전이됐다. 민주당은 내년 예산안 가운데 4대강과 관련된 국토해양부 예산 3조5000억원을 1조원으로 깎고 수자원공사에 지급돼야 할 이자보전비용 800억원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예산결산위원장석을 점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예산액 일부를 삭감할 순 있지만 사업 전체를 뒤흔들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말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S 세종시 수정 sejong

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국무총리를 통해 던진 '세종시 수정'이라는 화두는 하반기 정치권 최대 이슈였다. 지역적으로 수도권과 충청권의 이견이 팽팽하고 정치적으로 여야는 물론 여당내 계파간 첨예한 공방을 몰고 왔다. 세종시 문제의 핵심은 9부2처2청의 행정부처를 이전할 것인지 여부다. 이를 두고 행정 비효율성을 주장하는 '수정' 입장과 국민과의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는 '원안 고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TV에 출연해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내년초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면 찬반 논란이 정점을 치달으면서 가닦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T 타이거 우즈 스캔들 Tiger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4 · 미국)가 프로데뷔 13년만에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2004년 10월 스웨덴 모델 출신의 엘린 노르데그린과 결혼한 이후에도 다른 여성들과 관계를 맺어왔다는 불륜설이 터져나오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우즈는 당분간 골프대회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파장은 이어졌다. 액센추어 · 게토레이 등 몇몇 후원 기업들이 그와 관계를 끊거나 그가 나오는 방송광고를 중단했다. 미국PGA투어도 비상이 걸렸다. 우즈가 대회에 출전할때와 그렇지 않을때 흥행은 천양지차이기 때문이다. 우즈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듯하다.

U 우주개발의 꿈 Universe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가 전국민의 성원 속에 지난 8월25일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그러나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 원인은 과학기술위성 2호를 덮고 있던 페어링 중 한 쪽이 분리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현재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원인을 정밀 조사중이다. 나로호는 항공우주연구원이 총 5098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해 약 6년간 러시아와 공동으로 개발한 소형위성 발사체다. 국내 기술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함으로써 우주산업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V DDoS 바이러스 Virus

지난 7월 7일부터 10일 사이에 주요 정부기관과 은행,포털사이트 등이 마비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DDoS 바이러스 감염된 수많은 컴퓨터(좀비PC)들이 이들 사이트를 집중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악성코드 DDoS는 여러 대의 컴퓨터를 일제히 동작해 특정 사이트를 공격하는 해킹 방식으로 그 동안 일상적으로 있어 왔지만 국내에서 주요 공공기관 사이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은 처음이었다. 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사이버 보안관 3000명을 양성하고 중소기업들을 위한 DDoS 대피소를 마련하는 등 해킹 방어 체계 확립을 골자로 한 DDoS 대책을 내놓았다.

W 세계경제 더블딥 논란 W-double dip

세계 경제의 흐름을 내다보는 시각 중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상징하는 알파벳.경제가 침체기에 빠진 후 잠시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리만 브라더스 사태 이후 잠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세계 경제가 내년 이후 다시 꺾일 수도 있다는 일부 보수적인 경제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고 선진국들의 소비-주택경기 지표도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않고 있다는 점 등이 주요 배경논리다. 실물 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정부 주도형 경기상승 국면은 꺾일 수 밖에 없다.

X 전직 대통령 eX-president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다. 지난 5월 23일 김해 봉하마을 사저 뒷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 자살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전직 국가 원수의 자살이라는 점에서 전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전국적으로 500만명의 인파가 고인의 추모행사에 동참했다.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불과 석달뒤인 8월 18일에는 국민의 정부를 출범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상징인 고인을 기려 정부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국장으로 국회에서 영결식을 가졌다.

Y 용산참사 Yongsan

지난 1월20일 서울 용산의 한 철거지역 건물 옥상에서 불길이 솟아 올랐다. 재개발 사업을 반대하며 건물을 점거한 철거민들을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인화물질에 불이 번져 경찰관 1명과 철거민 5명이 숨졌다.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가 대형 참사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화염병과 새총까지 동원해 불법 폭력시위를 벌인 철거민들에 비난이 쏟아졌다. 법원은 지난 10월 "불법농성을 벌이는 과정에서 정당하게 공무를 집행하던 경찰관을 숨지거나 다치게 했다"며 철거민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도시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도 곳곳에서 드러났다.

Z 비철금속 자원확보전쟁 Zinc

원유 철광석 등을 중심으로 전개돼왔던 세계 자원전쟁이 올해는 비철금속과 희소금속 분야로 확대됐다.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이 아연 우라늄 동 구리 등 전략광물을 싹쓸이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중국은 가격이나 경제성에 관계없이 전 세계의 광산들을 사들였다. TV 액정이나 LED 부품,하이브리드자동차 등과 같은 첨단 제품에 사용되는 리튬 인듐 주석 마그네슘 등 희소금속들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 핵심자원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공급량이 한정돼 국가간 확보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은 광물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