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때문에 먹고 사는데 기업을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지요. 기업에 대한 배려는 결국 시민들의 소득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고요. "

김상채 울산시 투자유치단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격월간지 'fDi매거진' 최신호가 아시아 · 태평양 지역 133개 도시 중 울산을 삶의 질에서 3위,외자유치 전략부문 10위권 도시 중 국내에선 유일하게 6위로 각각 선정한 데 대해 "순전히 기업 프랜들리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외자 유치에 올인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들과 달리 국내 대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울산시는 최근 5년간 224개 국내기업에서 7조원,57개 외국기업으로부터 9037억원 등을 유치했다.

국내 기업 유치 실적이 월등하게 많은데 이것이 울산을 1인당 GRDP(지역총생산) 4만달러가 넘는 세계적 부자 도시로 만든 배경이다. 울산시는 신규투자 대부분을 울산지역 대기업들로부터 이끌어냈다. SK의 중질유 분해공장(1조6500억원),S-OIL 제2 아로마틱 콤플렉스(1조4000억원),삼성SDI PDP 신규라인(7300억원),현대중공업과 미포조선 조선블록 공장(7200억원) 등이 대표적 사례다.

울산시가 지역 내 대기업 추가 투자 유치에 올인한 데는 이유가 있다. 2004년 5월 울산시에서 선박용 철판블록 공장부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현대중공업은 경북 포항 영일만 신항만공사 배후지인 흥해읍 일대 30만평에 공장을 건립키로 했고,현대미포조선도 같은 해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업단지 내 6만여평에 선박용 철판블록 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울산시는 이때부터 지역에 있는 대기업들의 투자를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자동차 부품생산 전용기지로 계획했던 북구 중산동 일대 이화일반산업단지 40만㎡를 지난해 현대중공업 건설장비 사업부 이전 부지로 통째로 내주기도 했다. 박 시장은 중소기업들로부터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비판 여론도 받았지만 대기업이 울산에 든든히 기반을 다져야 협력업체들이 모여들고 성장할 수 있다는 원칙을 지켰고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지금까지 유치한 국내기업 224곳 중 SK 등 10여곳을 제외한 나머지 210곳은 모두 대기업 협력업체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