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최고의 '품절남'으로 손꼽히는 국민 MC 유재석.그의 부부생활은 어떨까. 아내를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을 것 같은 애처가 내지 공처가일 듯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고에서는 그도 아내 몰래 비자금을 집안 구석구석 숨겨 놓는 보통 남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방송에서 보여준 성실한 이미지에 힘입어 그 얄미운 행동조차 밉지 않고 귀엽게 그려진다는 점.신한금융그룹의 '금융생활 이야기-분산투자 편'은 그래서 정감이 가고 끌리는 광고다.

신한금융그룹의 광고는 '분산투자의 안전함'을 강조한다. 광고는 이 같은 메시지를 '호랑이 아내'에게도 빼앗길 수 없는 남편의 비자금에 비유해 재미있게 표현했다. 때로 달콤한 말보다 한 마디 유머가 제품을 광고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 딱딱하거나 설명하기 어려운 제품일수록 그렇다. 금융상품도 그중 하나다. 이 광고가 유머를 선택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유머 광고는 유머가 아니라 유머를 통해서 제품을 파는 광고다. 그러므로 유머 광고는 단순히 농담이나 익살과는 다른 웃음을 자아내는,정밀하게 계산된 광고 표현의 한 방법이다. 따라서 광고의 유머는 일상생활의 유머와 달리 소비자로 하여금 시선이나 흥미를 집중시켜 광고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한다. 신한금융그룹의 '금융생활 이야기-유재석 편'은 그래서 유머를 통해 광고에 대한 반감을 줄여주는 동시에 어렵고 주입식이기 십상인 금융제품 정보를 쉽게 설명하는 한편 기억을 용이하게 해준다.

경제가 어려울 땐 감성적인 광고의 효과가 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광고에서는 가족,특히 부부간의 훈훈한 에피소드를 그려낸다. 내용은 가벼워도 중심을 잃지 않으며,냉정하진 않지만 합리적으로 광고의 역할을 수행한다. 광고기법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 하나 없지만 광고는 원래의 목적을 충실히 수행하며 그 묘미를 선사한다.

"분산투자를 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한 곳에만 집중 투자했을 때 겪을 수 있는 위험을 내세우거나 비주얼 임팩트를 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광고는 설득을 위한 경고는 배제하는 대신 공감을 주는 편안함으로 눈높이를 내렸다.

이는 신한금융그룹이 사람의 옷으로 갈아 입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 광고 시리즈인 '차태현 편'에서도 그랬지만,신한금융그룹의 광고가 점점 재미있고 삶의 냄새가 묻어나는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유재석,차태현처럼 보다 친근하고 편안한 모델을 활용하는 것 또한 같은 이유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 금융회사들이 뭘 말해도 믿지 않을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회사는 무엇을 광고해야 하는 걸까. 잠자코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신한금융그룹은 광고를 선택했고,메인 메시지를 '분산투자의 중요성'으로 잡았다.

사실 분산투자는 주식이나 펀드가 생활화한 현대인에게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투자의 원칙과 상식이다. 더욱이 금융위기로 말미암아 그 기본원칙의 중요성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런 상투적인 메시지를 말하는 자신감은 거대 금융그룹 신한의 다양한 금융 네트워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 광고를 통해 신한금융그룹이 하는 분산투자라면 누구든 의심하지 않고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신한의 이미지를 굳건히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분산투자의 중요성은 신한을 만나서 더 이상 상투적인 의미가 아니라 든든함을 주는 강력한 메시지로 거듭난 것이다.

김명기 · 카피라이터(코마코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