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의 광고마케팅 활동이 활발해졌다. 잠시라도 영업 마케팅을 소홀히 하면 '적'들에게 시장점유율을 뺏길 수밖에 없는 국내 카드업계에서 대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보인다. 첫째는 기존의 식상한 금융 소재에서 벗어나,일상의 소재를 활용한 CM송으로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금융계의 변화를 반영한다. 또한 약해진 신뢰도 회복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고객 충성도 유지를 위한 중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둘째는 2009년 대한민국 전 광고계를 휩쓸고 있는 '아이돌 걸 그룹'의 열풍이 금융광고에까지 미쳤다는 점이다.

'고객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국내 1등 신한카드사가 통합 2주년을 맞아 '카드의 길을 생각한다'란 새로운 슬로건을 내세웠다. '생각하는 카드' 편과 '끝없는 고객만족' 편에서는 턱시도를 입은 남성들과 초미니 턱시도를 입은 소녀시대로 구성된 '생각하는 합창단'이 등장한다. 또한 현재 30~40대에게 사랑받았던 1970년대 인기 애니메이션 '짱가'의 주제곡을 개사한 '생각송'이 '받은 사랑을 돌려드리기 위해 끝없이 고객만족을 실천'한다는 신한카드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신한카드가 '고객을 위한 카드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간다'는 메시지를 대표 걸 그룹 소녀시대의 섹시한 춤과 중독성 있는 노래를 통해 전달한 이유는 무엇인가?

2009년 대한민국에는 아이돌 걸 그룹의 열풍이라는 슈퍼 트렌드가 있었다. 그들은 가요 프로그램뿐 아니라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도 진출했다. 요즘 30~40대의 모임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바로 '걸 그룹'이다. 소녀시대를 비롯한 여러 걸 그룹들의 최근 활동 상황과 멤버들의 신상정보에 대해 모르면 소외감까지 느끼게 된다는 요즘은 그야말로 '걸 그룹 시대'이다. 그 중 돋보이는 그룹은 초기 걸 그룹 열풍을 선도했던 소녀시대다. '소시'라고도 불리는 이 그룹은 이미 전국적으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고른 연령대의 팬층을 확보한 상태.그들의 매력은 아저씨,삼촌 부대를 넘어 소녀층을 포함한 젊은 팬들까지 사로잡아가고 있다.

불황에 대중은 걸 그룹에 열광한다. 걸 그룹 열풍이 이번에만 불어온 건 아니다. 약 10년 전 IMF 당시 국외에서 스포츠 스타 박찬호와 박세리가 대한민국에 희망과 위로를 안겼다면,국내에서는 아이돌 걸 그룹의 원조격인 핑클,S.E.S 등이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TV에서 반짝이는 요정들의 노래와 춤 속에 잠시나마 어려움과 좌절을 잊고 싶은 욕구의 반영일 터다. 경제적으로 힘들어 자신감을 잃은 대중에게 TV 속에서 해맑게 미소짓는 요정들의 반짝이는 눈빛은 언제나 큰 위로가 되는 모양이다. 2009년도 대한민국의 광고에서 긍정의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려면 CM송과 걸 그룹의 힘을 빌리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생각한다.

송채훈 그레이월드와이드코리아 기획1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