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에서 '개천에서 용이 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되는 것인가.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어제 내놓은 '세대간 경제적 이동성의 현황 및 전망'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아버지의 경제적 지위가 자녀로 이어지는 세대간 대물림은 영국 미국 독일 캐나다 등에 비해 아직은 낮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이 만들어 냈던 세대간 경제적 이동성도 국제적 기준에서는 높은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앞으로 세대간 이동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게 KDI의 전망이고 보면 지금부터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생각이다.

사실 사회적 이동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조짐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과거 고도성장기와 달리 잠재성장률이 크게 하락한데다 앞으로는 저성장 · 저고용 국면이 예상되고, 여기에 사교육이 정부대책에도 불구하고 좀체 사그라들 기미가 안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교육이 이렇게 심화되면 될수록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교육의 질적 차이를 만들어낼 건 자명한 이치다. 뿐만 아니라 부동산의 자산가격 등 경제적 격차가 커지면 세대간 대물림 또한 가속화될 것이라는 게 KDI의 진단이다.

사회적 이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양극화가 고착화된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사회는 역동성이 떨어지고 정체될 위험이 커지는 셈이고, 대립과 갈등의 수위는 높아질 우려가 크다. 이에따라 KDI는 공적 장학금을 확충,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등 경제적 장벽 제거가 시급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기회를 열어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이동성을 높여야 하고, 그 해법은 '기회의 균등'에서 찾아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기회의 균등을 '결과의 평등'과 혼동하면서 수많은 정책적 오류를 양산해 왔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평준화가 그 대표적 사례다. 평준화는 사교육 시장과 결합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가능성을 줄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최근 정부가 서민대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장의 시혜에만 치우치면 그것은 포퓰리즘에 다름아니다. 공교육 내실화 등 교육기회의 균등에 초점을 맞추고, 이동성을 높이는 쪽으로 가는 게 정도(正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