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9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대한 항소심에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림에 따라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이 사실상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 대법원에서 최종 가려지겠지만,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법적 걸림돌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이에 따라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되파는 작업이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 "외환銀 매각 법적 걸림돌 해소"
법원은 이날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혐의(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국장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외환은행 부행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외환은행과 관련한 역사적 논란은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은 지난해 6월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한 2심 판결에서도 무죄로 결론 내렸다.

금융당국은 특히 변 전 국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에 정부 관료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시각은 공무원들이 책임지고 정책을 집행하는데 부담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었다"며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음에 따라 정부 관료들이 추진력 있게 정책을 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자를 찾으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현행법에 따라 적법한 요건을 가지고 적절한 매수자와 계약을 체결해 외환은행 최대주주 변경 신청을 하면 법적 검토를 거쳐 조속히 결론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론스타는 2006년 5월 국민은행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헐값 매각에 대한 검찰과 감사원 조사 등으로 대금 지급이 늦어지자 그해 11월 계약을 파기했다.

또 2007년 9월에는 영국계 HSBC은행이 론스타와 계약을 하고 같은 해 12월 금융당국에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외환은행과 관련한 재판이 진행 중이고 그 결과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1년 가까이 승인을 내주지 않았고 국제 금융위기까지 닥치면서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

◇ 외환은행 매각 탄력받을까
금융권은 내년 상반기에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가시화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은 지난 10월 외환은행 지분(51.02%)을 6개월에서 1년 내 매각하고 대주주 지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현재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산은금융지주, 농협 등이다.

외환은행이 누구와 손잡느냐에 따라 현재 `빅4' 구도인 금융권 판도가 바뀌게 된다.

KB금융은 해외 영업과 외환 부문을 보완하고 선도 은행의 지위를 확고히 하려고 외환은행 인수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있다.

산은지주는 취약한 수신 기반 확보를 위해, 하나금융은 덩치를 키우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다.

하지만 KB금융은 최근 회장 선임과 사외이사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고, 산은지주는 기업 구조조정부터 원활히 마치는 것이 급선무여서 인수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번 판결로 인해 산은지주가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더라도 정부가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가능성은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번 무죄 판결로 `먹튀는 안된다'식의 론스타 콤플렉스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면서 "산은지주가 인수 전에 뛰어들더라도 그런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외환은행 M&A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이나 유럽 등은 금융위기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는 데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이런저런 사정에 발목이 잡혀 있어 실제 M&A가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금 2조1천548억 원 가운데 지분 일부 매각과 3년 연속 배당으로 약 87.3%(1조8천810억 원)를 회수한 상태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호준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