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소설로서 성립하기 위해 현실의 집을 작품의 무대로 다시 조립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중략) 그러나 이 모든 '비밀'들은 내 소설 어딘가에 들어가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살아있다. 나는 결국 내가 살아온 발자취를 어디엔가 남기려고 애쓰는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부류의 소설가인지도 모른다. '(윤후명 <모래의 시(詩)> 중)

문학 전문 월간지 <현대문학>이 내년 창간 55주년을 기념해 신년 1월호에 마련한 '신년 자전소설 특집'에는 김인숙,윤후명,양귀자,이승우씨 등 작가 9명이 쓴 자전소설 9편이 실렸다. 작가들의 개인사가 반영된 단편소설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획이다.

양귀자씨는 그동안 글로 쓰지 못했던 죽은 오빠를 소설에 담은 <단절을 잇다>를 발표했다. 그림 천재에서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세상을 떠난 오빠,그리고 소설가가 된 자신 사이의 연결고리를 양씨는 예술에서 찾는다. '이것이 문학,또는 예술 전반의 숙명이다. 오빠도 나처럼 그 덫에 갇혔던 사람이다. 나는 뻔뻔하게 빠져나왔고 오빠는 온몸으로 대항하다 함몰했다. '

김인숙씨는 <해삼>에서 한 인물의 입을 빌어 자신의 소설관을 보여준다. "그걸 그냥 쓰면 안 된다 이그요. 빌어먹을 기계로 우당탕탕 치는 것도 아니라 이그요. 소설이란 건 말이지,이 해삼처럼,있는 힘을 다해 딱딱 씹어 삼키는 거라 이그요. 이 해삼처럼…."

이외에도 박상륭,이동하,김채원,최수철,조경란씨의 자전소설이 실렸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