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한 소송이 1심에 이어 2심 법원에서도 무죄로 판결나면서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긴 하지만 무죄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론스타는 지난 3년간 두 차례에 걸쳐 외환은행을 매각하려 했지만 법적 논란에 휘말려 계약이 파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06년 1월 외환은행 매각 작업을 시작해 3월 국민은행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5월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과 감사원의 조사 등으로 대금 지급이 미뤄지자 11월 계약을 파기했다. 2007년 9월에도 영국계 은행 HSBC가 론스타와 계약을 체결하고 12월 금융위원회에 지분 인수 승인을 신청했지만 금융위가 법적 불투명성을 이유로 매각 심사를 지연시키자 결국 1년 후인 지난해 9월 계약을 파기했다.

HSBC의 인수 계약 파기 이후 론스타는 해외에서 외환은행을 살 만한 곳을 물색해 왔지만 적당한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로 주가가 급락한 데다 해외 원매자들의 돈줄이 말라붙었던 탓이다.

하지만 론스타는 내년이 외환은행 매각의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악화 일로를 걷던 국내외 금융시장이 호전되면서 국내외 자본들이 다시 외환은행에 '군침'을 흘리고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증시 여건도 호전돼 주당 5000원대까지 폭락했던 외환은행 주가도 29일 현재 1만3800원까지 회복해 부담 없이 털고 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외환은행 매각 작업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이 지난 10월 외환은행 지분(51.02%)을 6개월에서 1년 내 매각하고 대주주 지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산은금융지주 농협 등이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KB금융은 해외 영업과 외환 부문을 보완하고 리딩뱅크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적이다. 산은지주는 취약한 수신 기반 확보를 위해,하나금융은 덩치를 키우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 태세다.

그러나 KB금융은 최근 회장 선임과 사외이사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고 산은지주는 기업 구조조정부터 원활히 마치는 것이 급선무라는 금융당국의 입장 때문에 인수전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산은지주의 경우 이번 판결로 외환은행 인수에 나서더라도 정부가 외국계 자본의 '먹튀'를 도왔다는 비판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경기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외환은행 매각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움직임이 감지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내년 3월 말 외환은행 주주총회가 끝나면 이후 본격적으로 매각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대한 투자금 2조1548억원 가운데 지분을 일부 매각하고 3년 연속 배당금을 받아 약 87.3%(1조8810억원)를 회수한 상태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