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올해 IT(정보기술) 자동차 철강 등 대형 '블루칩'을 대거 사들인 데 따라 주요 종목들의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높아졌다. 시가총액 상위 50위 종목 중 외국인 보유지분이 50%를 넘는 상장사는 작년 말 4개에서 올해는 포스코 GS건설 NHN 삼성화재 등 모두 8개로 두 배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 지분율 32%로 높아져

외국인들은 폐장을 하루 앞둔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만 989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올해 모두 32조996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28.74%에 불과했던 외국인 보유주식의 시가총액 비중은 32.60%로 1년 만에 4%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외국인들은 올해 IT 자동차(운수장비) 철강 등 대형 수출주들을 집중적으로 매수했다. 이들 3개 업종의 순매수 금액만 모두 15조3528억원에 달해 전체 순매수 규모의 절반을 차지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시장점유율 확대 등 뛰어난 경쟁력을 발휘하면서 외국계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 세계적으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국내 증시에 유입되면서 새로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도 크게 늘었다"면서 "신규 자금이 유입될 땐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등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뛰어난 국내 대표기업들이 타깃이 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 외국인 지분 두 배로 늘어

외국인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종목도 속출했다. 시총 상위 50개 종목의 경우 외국인 보유비중이 50% 이상인 종목은 작년 말 하나금융 KB금융 신한지주 KT&G 등 4개였지만 올해는 포스코 GS건설 NHN 삼성화재 등이 추가되면서 8개로 불어났다.

포스코의 경우 외국인들이 올 한 해 3조원 가까이를 순매수하면서 42.79%였던 보유비중이 50%를 넘어섰다. 특히 GS건설은 33%에 불과했던 보유비중이 50.29%로 17%포인트나 급증했다. NHN과 삼성화재도 각각 44%와 49%였던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어섰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비중은 47.67%로 5%포인트 가까이 늘어났다. 내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지수 편입시 외국인들이 한국비중을 늘리기 위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세를 강화할 수 있어 보유비중이 50%를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 SK텔레콤신세계의 외국인 보유비중도 50%에 육박하고 있다. 주요 '블루칩' 중 외국인 보유비중이 가장 크게 늘어난 종목은 하이닉스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이 올 들어 1조2000억원가량을 순매수하면서 12%대였던 보유비중이 24%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경기회복으로 반도체 가격이 예상 외의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상승 탄력이 강한 하이닉스에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됐다.

해외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기아차와 현대차도 외국인 보유비중이 각각 21%와 36%로 1년 전보다 크게 늘었다.

코스닥종목 중에서는 서울반도체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LED(발광다이오드) 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2%에도 미치지 못했던 외국인 보유비중이 20.4%로 무려 10배 가까이 치솟았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턴어라운드'(회복)하는 국면에서는 한국이나 대만의 수출주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IT나 자동차 업체들의 내년 실적 전망이 꾸준히 상향 조정되는 추세여서 당분간 외국인들의 관심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