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에 별도 교섭권을 부여하면 종전에 잡음이 없던 기업들마저 1년 내내 노사분쟁에 시달릴 것입니다. 노 · 사 · 정이 어렵게 이룬 합의를 정치권에서 마음대로 뜯어고치면 어쩌란 말입니까. "

산별노조에 대해서도 교섭권을 인정해줘야 한다는 민주당의 돌출 제안이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의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경영계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복수노조 허용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기기로 의견을 모은 데 대해서도 "준비할 시간이 모자라 강성 노조들에 사업장이 말려들 게 뻔해졌다"며 정치권의 무책임한 '야합'에 분개하고 있다.

◆"무노조 사업장도 혼란 불가피"

경영계는 노 · 사 · 정 합의안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의 노조법 개정 움직임을 수용할 수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는 "산별노조에 교섭권을 인정해주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노사화합 문화가 뿌리를 내린 기업들에 소수 노조를 만든 뒤,지부에 편입시켜 별도 교섭을 요구할 게 확실하다"며 "직원 다수의 이해와 동떨어진 정치적 요구로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소수 노조의 한계로 인해 파업 등 쟁의행위의 파괴력은 미약하겠지만 회사를 부당 노동행위로 고소하는 등 걸핏하면 법적 시비를 일으켜 사측의 에너지를 소모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개별 기업노조와 별도로 산별노조에도 교섭권을 허용하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가 사실상 무력화된다"며 "노 · 사 · 정 합의가 아닌 내용을 내치지 못하는 한나라당과 노동부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기업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자동차의 한 임원은 "지금도 노사교섭 한 번 하는데 수 개월씩 끌고 있다"며 "과반수 노조와 협상한 후 산별노조와 또 교섭해야 한다면 낭비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노총 산하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노조의 각 계파 간 선명성 경쟁이 빚어지면서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높다"며 "노 · 사 · 정 합의에 어긋나는 이 같은 제안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복수노조 허용 시기를 당초 노 · 사 · 정 합의 때보다 1년 앞당겨 시행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복수노조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기간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중소기업들 반발 확산

중소기업계도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력이 취약한 현실에서 산별노조의 단체교섭권까지 인정하면 노사 갈등이 커져 생존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남 진해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B사는 2003년 노조가 산별노조에 가입한 이후 매년 파업과 조업 중단,임시휴업 등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어 왔다. 산별노조 지침에 따른 부분 파업 때마다 하루 매출액의 절반이 날아갔다. 노사분규 후 근로 손실을 벌충하기 위한 비용도 컸다. 주문량을 납기에 맞춰 생산하려면 수당까지 줘가며 휴일이나 야간근무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무 관련 전문인력이 없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장기 노사교섭은 기업 경영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노동부 서울지방청 관계자는 "중소기업인들을 만나보면 산별노조를 거부하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중소기업 입장을 고려해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복수노조 설립 유예기간을 2년6개월 뒤로 한 당초 합의안을 그대로 수용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재길/이계주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