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7차례 폐장일 상승', '배당락일 다음날 상승 확률 80%'.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 이슈가 2009년 폐장일을 강타하며 과거 증시 기록을 무참히 깰 태세다.

2000년 이후 폐장일 일별 등락을 살펴보면 전일 종가와 폐장일 시가와 비교해 상승한 경우가 많았다. 2000년 이후 9차례의 폐장일 가운데 전날 종가와 당일 시가 대비 상승한 경우는 모두 7차례다.

2002년 크게 하락한 경우를 제외하면 폐장일 주가는 보합세를 보이거나 상승했다. 배당락일 이후 배당을 피하기 위한 주식 매도세가 진정되면서 다음날 오른 경우도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폐장일인 30일 오전 10시39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59포인트 내린 1665.81에 머물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2010년 주식시장도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시 전문가로서 책임 회피적이어서 신중해야 할 표현이지만 내년 증시는 '변동성이 큰 장세' 전망이 실제로 실현될 가능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통화나 재정정책을 통해서 많이 풀린 자금은 어디에선가 그 흔적을 남길 것이고, 이는 금융위기 후폭풍 우려의 근원지가 될 것이란 얘기다. 인플레이션 발생과 달러캐리 트레이드 청산, 달러 기축통화에 대한 신뢰성, 영국을 포함한 유럽 경제의 허약성, 이머징 마켓 중 취약국가의 디폴트 위험 등이 그 중심에 서 있다.

김 팀장은 내년 증시 행보가 거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낙보호시'(駱步虎視) 자세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낙타등 증시가 예상돼 호랑이의 눈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우리에게 친숙한 아시아 권역에 사는 쌍봉낙타 등에 실린 무거운 짐을 안전하게 나르기 위해서는 도처에 존재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경계하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유수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가 주초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라는 대형 호재에도 크게 오르지 못하고, 전날 금호아시아나그룹 관련 유동성 위기 부각에도 크게 하락하지 않는 모습으로 제한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 연구원은 "이날 발표를 앞둔 경기선행지수의 정점통과 여부에 따른 부담과 원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는 엔화로 인한 우려가 남아있다"면서 "특히 최근 엔화 약세로 일본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은 엔화 약세에 가속도가 붙을 경우 외국인의 정보기술(IT)·자동차 업종에 대한 매수세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 거래대금이 2조원 아래로 감소하고 코스피 거래도 한산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월말·월초 국내외 경제지표의 개선 여부와 1월로 다가온 4분기 실적 발표 등의 변수에 유의하며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매매를 짧게 가져가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추가 반등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존재한다.

엄태웅 부국증권 연구원 "최근 원·달러 환율의 안정적인 흐름이 나타나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내년 1분기 실적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앞으로도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높은 만큼 현시점에서는 외국인 및 기관투자자의 차익실현에 따른 조정이 나타난다 할지라도 지수 하락을 이용한 저가 매수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상철 교보증권 연구원도 "내년 1월 국내 증시는 미국 경제의 회복세 지속, 한국 수출회복세 본격화 및 기업실적 개선세 지속 등으로 1월 효과가 나타나며 전고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내시장에서의 위험선호도 증가, 밸류에이션 메리트 부각, 외국인 순매수 지속 및 기관 수급 개선도 지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출구전략 실시 우려, 일부 국가의 채무지불능력 문제 부각 및 달러강세 우려 등 조정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봤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인 조정을 거치더라도 국내 증시의 상승추세 자체를 의심할 이유는 없다"면서 "다만 단기적으로는 추격매수보다는 조정을 이용한 매매타이밍을 노리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위기와 기회,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주식시장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 장세가 2010년에는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