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고 때로는 어두웠다. 그러나 결국 빛이 비쳤고 다시 가능성도 보인다. 유례 없던 세계금융위기로 연초만 해도 터널의 끝은 가늠조차 어려웠지만 '한국 경제호'가 또한번 도약을 위해 미래의 바다로 순항을 준비하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급경사를 내려갔고 올라갔지만 이룬 것도 적지않은 한 해였다.

연초부터 정부의 비상경제체제까지 가동됐지만 소비가 움츠러들고 투자도 얼어붙으면서 일자리는 한 해 내내 우리 경제를 억눌렀던 시대적,국가적 과제가 됐다. 사상 최대규모의 추경예산도 짰으나 서민 · 민생경제는 좀체 풀리지가 않는다. 그 와중에 쌍용차 노사분규 등 근로현장의 대립이 심화됐고,사회전체의 갈등 구도와 맞물려 우리경제에 또하나의 큰 짐이 돼왔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경제가 기댈 곳은 기업과 기업가 정신이라는 사실도 다시 한번 확인된 한 해였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보호무역주의의 장벽을 뚫고 올해 무역흑자는 430억달러를 바라보게 됐다. 나라 안팎에서 수출활로를 개척하며 뛰어온 기업들에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내년에도 그 각오로 나라경제를 앞장서 살리고 그 정열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데도 더 뛰어달라는 국민적 주문을 할 때다. 한 · EU간 FTA를 체결했고 2010년 G20정상회의도 유치했다. 또 연말의 쾌보로 한국형 원전 첫 수출로 이어지기까지 정부도 물론 열심히 했다. 그러나 이렇게 결실이 맺어지기까지 기업인들이 곳곳에서 묵묵히 자기 역할을 다해왔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어느새 출구전략을 신중(愼重)히 모색할 정도로 성과도 없지 않았고 희망의 싹도 키워가지만 우리 경제의 현재,그리고 앞길은 아직 불투명하다. 서민 · 취약계층에 경기는 여전히 차가운 한겨울이고,저 많은 청년백수들에게 일자리도 줘야 한다. 저탄소 경제로 가는 국제적인 기후협약에 능동적으로 발맞추려면 민관은 따로 될 수도 없게 됐다.

정치 ·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일들을 겪었다.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갑자기 떠났고,김수환 추기경 같은 사회의 큰 어른도 먼 길을 갔다. 큰 발자취만큼이나 의미있는 교훈과 메시지를 남겼다. 그것은 화해와 소통,사랑 같은 것일지 모른다.

한 해는 마무리됐지만 기어코 해를 넘기게 된 미완의 과제도 많다. 기업 구조조정의 마무리가 그렇고,세종시 문제또한 그렇다. 핵실험과 미사일로 고립과 대립의 길을 택해온 북한 문제도 해법이 잡히지 못했다. 연중 내내 국민들을 애태운 국회의 일대변혁 역시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더 미루기 어려운 숙제다. 2009 기축년을 보내면서 크고 작은 성과는 잘 정리하고 부족했던 점을 보충해 경인년 새해에는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을 더 힘차게 돌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