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송년 간담회에 참석한 최고경영자(CEO)들은 고등 교육기관을 육성,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적극적인 투자로 세계적인 석학들을 교수로 초빙해 학교 인지도를 높이고 아시아의 유능한 인재를 끌어모으면 한국을 움직이는 새롭고 강력한 엔진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G20 정상회의 개최를 계기로 한국의 대학을 동아시아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세계적인 대학이 생기면 일자리가 생기고 새로운 발명과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세종시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교육기관 육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방의 명문대를 키워 대학도시를 만드는 게 지역 간 갈등을 유발하는 기업 유치보다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명문대를 세종시에 세우면 대학이 창출하는 경제적 파급 효과 덕분에 도시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회장은 "자동차 부품 산업으로 유명한 미국 미시건주의 앤아버는 지난해 경기 침체로 자동차 경기가 꺾인 뒤에도 밤에 불이 꺼지지 않았다"며 "브레인들의 집합소인 미시건주립대학이 버텨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종시도 제2의 앤아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EO들은 대학을 키우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외국인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춰야 유명 해외 석학들을 한국으로 초빙할 텐데,그럴 여건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포스텍에 우수한 교수를 초빙해도 아이들 교육 문제 때문에 반년을 못 넘기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경제자유구역에만 허용돼 있는 외국인 학교 설립 관련 규제를 푸는 등 외국인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