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력 계열사의 워크아웃 신청을 결정한 30일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 본사는 오전부터 분주했다. 박삼구 명예회장과 박찬법 회장 등 경영진은 오전 일찍 출근해 회의를 주재하고 채권단과의 막바지 협상을 위한 점검을 했다. 본사 건물 3층에 있는 그룹 기자실에는 수십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워크아웃 신청과 그룹의 장래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 계열사 직원은 "대우건설 매각이 잘 안 된다는 보도가 이어졌지만 한 가닥 기대를 걸어왔는데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며 "어떤 방향으로든 사태가 빨리 해결돼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회사가 어려운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심각할 줄은 몰랐다"며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를 각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계열사 노동조합 홈페이지 게시판도 워크아웃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는 글이 잇따랐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직원은 노조 게시판에 "그룹 전체가 존폐의 기로에 몰렸다"며 "대우그룹과 같은 최악의 사태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얼마나 많은 시련이 닥쳐올지 걱정"이라고 썼다.

한 금호타이어 직원은 "올해 임 · 단협에서 708명의 구조조정을 막았지만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708명 플러스 알파가 구조조정될 것"이라며 "현장에선 많은 사람이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돈다"고 전했다.

재계는 금호의 워크아웃 신청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원만하게 대우건설 매각이 진행됐으면 잘 해결될 일인데 전체적인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금호가 결국 어려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국내 대기업의 한 임원은 "선제적 구조조정 실패가 워크아웃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져왔다"며 "채권단도 금호의 워크아웃이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