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에서 지난 두 달간 산고 끝에 처리한 내년 예산 관련 부수법안들이 3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무더기로 퇴짜를 맞았다. 이에 따라 서민 · 소외계층,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올해 말 일몰(기한종료)을 연장키로 한 각종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돼 새해 서민층 세제지원이 한꺼번에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개정안,교통 · 에너지 · 환경세법 개정안 등 3개 예산 부수법안만 통과시키고 나머지 20여개 부수법안은 예산안 처리와 연계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반대로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처리가 됐더라도 국무회의 의결과 관보게재,법률 공포 등 시행 전 거쳐야 하는 행정절차를 밟으려면 최소한 하루가 소요된다"며 "이날 처리가 불발돼 사실상 개정안의 내년 1월1일 시행은 어려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다. 조특법은 주로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이나 농어민,영세업자 등 소외계층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마련한 일종의 조세 특례조항들이다. 최근 1~2년 새 마련된 이들 조항은 대부분 올해 말 일몰(종료)을 앞두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아직 더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종료시한을 연장하는 조특법 개정안들을 제출,관련 상임위까지 통과시켰다. 하지만 법사위 처리가 불발됨에 따라 상당수 조특법 조항이 당초 일정대로 올해 말 종료돼 내년부터는 더이상 지원할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경기악화로 폐업한 영세 개인사업자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조특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사업을 재개하거나 취업할 경우 과거 체납세금 중 500만원까지 면제해주기로 했으나,이번에 통과가 안 돼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자금난을 겪는 영농조합법인 등에 대한 과세특례 일몰 연장이나 농어가목돈마련저축 비과세 일몰 연장도 없던 일이 돼 버렸다. 여기에다 무주택 서민층이 많이 가입한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비과세 일몰 연장도 안 돼 내년부터는 이자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기업의 세부담을 낮춰주려는 각종 세법개정안도 물거품될 위기에 놓였다. 특히 임시투자세액공제도 개정안 처리가 불발돼 내년부터는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설비투자가 많은 철강 조선 반도체 기업들은 내년에 1조7000억원가량의 세 부담이 늘게 생겼다.

정부 관계자는 "일몰 법안은 연내 처리가 안 될 경우 내년 초 다시 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후 과거 두 달간 밟았던 똑같은 과정을 다시 거쳐 통과를 시도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서민층이 받는 고통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예산낭비를 초래하는 꼴이 된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이날 법사위에서는 내년에 도입키로 한 지방소득세 · 소비세 관련 법안도 처리를 미뤄 이를 전제로 짠 내년 지방 세수계획이 헝클어져 지방재정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정종태/이준혁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