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금호타이어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일부 계열사들이 30일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키로 함에 따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 계열사 일부에 대한 경영권을 위임받게 될 전망이다. 워크아웃 및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산은 등 채권단 주도의 강력한 구조조정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워크아웃 어떻게 진행되나

금호 채권단은 이날 오후 협의회를 갖고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대규모 출자전환 등 향후 워크아웃에 대한 계획을 협의했다. 채권단이 워크아웃 개시에 사실상 동의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두 회사의 채무상환은 1개월에서 최장 4개월까지 유예되면서 채무 조정을 통한 본격적인 회생절차가 시작될 전망이다. 워크아웃 계획에는 박삼구 명예회장 일가의 사재출연 방안도 포함됐다. 사재출연 규모는 약 3000억원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호산업 · 타이어는 채권단이 대주주로

산은을 포함한 채권단이 금호 계열사에 대해 2조~3조원가량을 출자전환할 경우 이들 회사의 부채비율은 약 500%대에서 300%대로 낮아진다. 이 과정에서 박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도 줄어들어 금호산업,금호타이어 등에 대한 경영권은 채권단 손에 넘어간다.

현재 박 명예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은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 지분 48.46%,금호산업 지분 15.03%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의 출자구조는 박 명예회장 등 특수관계인을 정점으로 금호석유화학→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대한통운 등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금호산업이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자회사 일부는 채권단 관리 아래 들어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호산업,금호타이어 등은 채권단의 직접 관리를 받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호 대부분 계열사에 대한 지배구조가 바뀌면서 채권단이 자금관리단은 파견하겠지만 실제 경영은 기존 전문경영인을 포함한 경영진에 위임할 가능성이 커 경영시스템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출자전환 후 채권단 주도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경영 정상화 이후 박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에 주식 우선매수 청구권을 통해 경영권을 되돌려주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워크아웃을 통해 이들 기업을 정상화한 뒤 경영권을 되돌려주는 바이백(buy-back) 옵션을 주거나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을 전제로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식이다.

대우건설은 산은이 주도하는 PEF(사모펀드)를 통해 인수돼 직접적인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된다. 논란이 된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는 금호산업,채권단,대우건설 FI(재무적 투자자) 등이 따로 협상을 벌여 해결할 예정이다. 작년 말부터 매각을 추진했던 금호생명은 최근 칸서스자산운용에 4000억원을 받고 팔기로 했지만 칸서스 측이 대금 납입을 포기,산은 PEF가 역시 인수할 예정이다. 이날 금호렌터카 지분 100%(2000만주)를 총 3000억원을 받고 KT-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전량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도 체결했다.

◆금호석유화학,강력한 구조조정 예상

자율협약 체결로 한숨을 돌린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은 자회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자본잠식에 따른 지분법 평가손실로 재무구조가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비록 채무상환을 유예 받더라도 자력으로 수익을 창출해 생존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의 자구계획이 성공할 경우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통운을 통해 그룹이 재기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금호 관계자는 "대우건설,금호생명 등 이외에 추가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 방안은 아직 논의된 게 없다"며 "워크아웃 추진 계열사들이 조기 회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이심기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