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0개 학과로 통폐합키로 한 중앙대의 파격적인 구조개혁안이 발표된 다음 날인 30일 주요 대학 관계자들은 깜짝 놀라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단과대 수를 통합해 줄일 수 있지만 학과 수를 어떻게 절반가량으로 반토막낼 수 있느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기자가 통화한 전국 10여개 대학 관계자들 대부분은 "다른 대학들도 가야 할 방향"이라며 중앙대 개혁안을 높이 평가했다. 3개 대학 관계자는 "시대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학과를 일부 도입하긴 했으나 흉내내기에 그친 면이 있다"면서 "77개 학과를 40개로 줄이고 미래유망학과를 신설키로 한 중앙대 계획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삼성효과를 톡톡히 본 성균관대에 이어 중앙대도 '박용성(전 두산그룹 회장 · 중앙대 이사장) 효과'를 볼 경우 일반대학들이 비교될 수 있다며 걱정하는 반응도 있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의 관계자는 "삼성의 성균관대, 현대중공업의 울산대,한진그룹의 인하대가 기업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면서 "중앙대도 같은 효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1996년 삼성재단의 성균관대 인수 이후 성균관대는 대내외 성과지표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렸고 중앙대도 두산인수 이후 신입생 경쟁률이 지난해 34.4 대 1을 보이는 등 기업투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경쟁부문뿐 아니라 대학 내 계파 간 주도권 싸움이 없어진 것도 이들 대학의 특징이라고 분석한 대학관계자도 있었다. K대학 관계자는 "대기업 재단이 들어온 후 계파 간 총장 밀기식 싸움은 싹 없어졌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교수들도 사적인 것에 신경쓰지 않아 좋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지나친 기업식 성과주의와 토론 없는 독단적인 의사결정은 백가쟁명식 학문을 추구하는 대학풍토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으나 긍정적인 면을 중시하는 목소리에 묻히는 것 같았다. 이날 마침 80.93 대 1(다군)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중앙대 경영학부에 합격한 김모군은 "향후 중앙대 발전에 더큰 기대를 걸게 됐다"고 말했다. 중앙대의 이번 개혁안은 대학촌을 뒤흔든 큰 사건이었다는 게 대학가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김일규 사회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