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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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수출·경제위기 극복에 저력…편가르기 그만두고 마음 열어야
호랑이해라고 말하는,새해 경인년의 새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본다. 여느 날의 아침에 보던 그 빨간 해와 조금도 다름이 없건만 나는 이 새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태양신을 숭상하는 민족의 한 구성원처럼 나와 내 나라를 위해 숭엄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나는 우리들이 지난해에 경험한 슬픔을 되돌아보고,참회하고,2010년을 기점으로 들불처럼 일어날 새 희망에 대해 간절하게 소망한다. 지난해에는 슬프고 짜증난 일들이 많았지만 참담한 마음으로 숙연하게 참회하고,애써 즐거운 일들을 찾으려고 애썼던 해였다. 참회란 것은 새까맣고 추운 어둠 속에서 밝히는 한 자루의 촛불이나 횃불처럼 환하게 하고 훈훈하게 하는 것이다. 희망을 향해 나아감은 진실된 참회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를 겨울철 솜이불과 벽난로처럼 훈훈하게 감싸주고 절망으로부터 희망을 꿈꾸게 하고 넉넉한 마음의 나눔을 가르쳤던 김수환 추기경,평생 신산한 삶을 살며 민주화를 이루게 해준 김대중 대통령,노무현 대통령이 먼 세상으로 떠나갔다.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인한 살림살이의 어려워짐,핵문제로 인한 남북한 사이의 불편한 긴장 관계가 우리들의 가슴을 조이게 하고 슬프게 했었다. 우리들의 꿈을 싣고 우주로 날아오를 줄 알았던 나로호 로켓의 우주 궤도 진입 실패는 우리로 하여금 잠시 절망과 한숨에 빠지게 했었다.
강호순의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이 진저리를 치게 했었고,어린이 성폭행 사건이 우리 가슴을 아프게 하고 분노하게 했다. 철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다가 제풀에 거두어들이는 일,꼬이고 또 꼬이고 있는 노동법 문제,4대강사업,세종시 건설문제가 나라를 시끄럽게 했다.
그 슬픔과 좌절과 혼란 속에서 우리는 야구가 국제경기에서 승승장구하는 것,그 예쁘고 착한 김연아가 빙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금메달을 따내는 것을 보면서 희망을 되찾으려고 했다.
우리 조국 우리 민족은 새해 아침을 기점으로 해서 환한 희망을 가져도 좋다. 꾸준하게 상승하는 기술력과 외교력은 아랍의 한 나라에 47조원 상당의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게 되었다. 우리의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제작 기술은 진즉부터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을 하나 둘씩 제쳤고,글로벌시장 교역에서 400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우리들은 경제 위기를 그 어떤 나라들보다 빨리 벗어났다. 새해 상반기에는 나로호 우주 로켓을 성공리에 발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 남북한 사이의 여러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고,개성공단 관계자들,꽃게 잡고 사는 연평도 근해의 어민들,북쪽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들의 주름살이 펴지기를 바란다.
새해에는 국가의 지도층 인사와 부자들이 힘없는 서민들과의 소통과 화해를 위해 눈높이를 낮추고,마음과 지갑을 활짝 열기를 바란다. 법보다는 도덕을 앞세우고,도덕보다는 어짊과 자비로움을 앞세우기 바란다. 정치는 가장 큰 희망의 '사업'이어야 한다.
주역에서 말하기를,사업은 성인의 가르침(어짊)에 따라 백성들에게 이익이 가도록 알맞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는 소외돼 숨어 우는 사람들이 없도록 조정해나가는 것이다. 대학생들은 '88만원짜리 그룹'으로 전락당하지 않으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그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주어지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국가가 더 넉넉한 마음으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소외돼 울고 있는 가난한 가족들을 포옹하고 달래주기를 바란다.
새해에는 친북인사 명단 만들기 따위의 좌우 편 가르기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좌는 우를 인정하고,우는 좌를 인정하는 아량과 소통하는 마음이 생기기를 바란다. 각박한 현대사회에서는 서로 입장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생활태도가 절실하다.
그 어떤 것보다 긴요한 것은 새 아기들이 많이 태어나는 것이다. 4대강 살리기니 세종시 건설이니 하는 것으로 인해 출산율 높이는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우리나라 여인들이 왜 출산을 기피하는지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출산을 장려하는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새해에 지자체의 장이 되려 하거나 이후에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되려 하는 사람들은 출산장려를 공약해야 하고,그것을 반드시 실천해야 할 터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출산율이 선진국 대열에서 가장 상위권에 진입했다는 기록을 세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나라와 민족이 늙어진다면 문화와 산업 그 모든 것들이 늙어지고 낡아지고,국력이 미약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새해에는 월드컵 축구가 세계 16강을 넘어 8강,4강을 지나 우승까지 하게 되기를 바라고,정말 먹고 사는 일에 걱정하지 않고 낭만과 멋스러운 문화와 정의로움이 판치는 세상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한승원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