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인터뷰] (1) 번영은 위기를 딛고 온다…시장경제 치유력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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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게리 베커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
2008년 10월 금융위기가 극에 달하고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칠 때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78)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우리는 불황으로 가지 않는다'는 제목의 칼럼을 실었다.
불안에 떨고 있는 미국민들에게 노학자는 1931년부터 1941년까지의 대공황기에 비교해 경제의 충격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시카고학파인 베커 교수는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서 위기는 언제나 있을 수 있지만 항상 멀지 않아 상당한 성장력을 되찾는다고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큰 정부론'이 확산되고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든 시점에서 시장 경제 주창자인 베커 교수로부터 미국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금융위기로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많이 손상됐다. 어떻게 복원할 수 있나.
"금융시장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금융권을 제외하고는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자유주의자들이 경제를 망쳤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의 원인을 잘 따져봐야 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주택가격에 거품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금리가 낮으면 장기자산인 주택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또 미 정부는 1970년대 '사회 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을 통해 저소득 · 저신용자에게 주택 소유를 권장하는 정책을 폈다. 이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회사들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모기지를 적극 대출해주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물론 월가 은행들의 잘못도 크다.
정부가 버블 심리를 부추기고 월가 금융사들이 단기 수익을 좇아 부화뇌동한 셈이다. 경제가 살아나고 금융시장이 좀 더 합리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시장 경제에 대한 믿음을 되찾게 될 것이다. "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지속성장을 명분으로 시장 개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인데.
"자유시장의 가장 큰 강점은 잘못된 것을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다. 자유시장의 경제 주체들은 그만큼 합리적이다. 시장경제만큼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가난을 척결하고,전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용한 제도는 없다. 정부의 개입에는 항상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시장 스스로의 치유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거품은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신규 주택 건설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바로잡을 수 있다. 가격 하락은 수요를 촉발하게 된다.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면 정부 개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그래도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경제는 인간 진보에 가장 유용한 제도다. "
▶'리먼사태 이후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다른 대형 은행들도 온전치 못했을 것'이라는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의 발언에 동의하나.
"FRB와 재무부가 금융 시스템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리먼 사태 이후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며 많은 은행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 당시에는 FRB가 공개시장 조작 차원에서 증권을 매입하고 재무부가 은행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투입한 게 큰 도움이 됐다. 문제는 당시 리먼브러더스를 구했거나 아니면 베어스턴스 파산을 허용했다면 금융시장이 그렇게 큰 충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일관성있는 정책을 펴지 못한데 따른 문제를 두고 학계와 금융계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대마불사'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마불사는 해당 대형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 더욱이 시장경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포기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선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는 대형사들이 망하지 않도록 감독과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대형 은행들에 대해선 소형 은행보다 훨씬 엄격한 자본 요건을 적용해야 한다. 또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 은행의 사업부문 중 위험을 더 많이 수반하는 곳에는 더 높은 자본비율 요건을 부과하는 게 바람직하다. "
▶월가 금융사의 거액 보너스 지급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몇몇 은행의 임직원들이 너무 많은 보수를 챙긴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그런 현상이 정부의 개입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기업의 연봉 제도에 정부가 관여하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때로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위해선 어떤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나.
"금융위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개혁이란 불가능하다. 다음 금융위기의 파장을 줄이거나 위기 발생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자본요건을 강화하고 파생상품이 좀 더 공개된 시장(거래소)에서 거래되도록 해야 한다. 세계경제는 1990년부터 20년간 엄청난 성장을 했다. 그 끝 무렵에 경기침체를 맞긴 했지만 역사적으로 세계경제가 두드러지게 성장한 기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미 경제의 역풍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신용경색이 문제다. 은행에 돈이 많은 데도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는 것은 대출자(은행)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떻게 될지, 감독당국이 어떤 새 규제를 내놓을지불안해하고 있다.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도 미래가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 탄소세 부담이 얼마나 될지도 모른다. 의료보험 개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심지어 미 정부가 노조 영향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를 늦추면서 대출자와 차입자 모두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지면 이런 현상은 1,2년 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
▶늘어나는 세 부담이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정부 정책에 비춰볼 때 세 부담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법안이 통과된 만큼 기업들의 의료비 부담은 커질 것이다. 탄소세도 결국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의회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입법도 진행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침체 탈피에 주력하기보다는 급진적으로 경제 제도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의료보험 개혁,탄소세 부과,노조 문제 등 개혁 의제는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된 후에 처리했어야 했다. "
▶탄소세는 정책 효과가 있다고 보나.
"정도의 문제다.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려는 차원에서 보면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본다. 다만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처음에는 기업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검토해야지 세수를 늘리기 위해 높은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금을 걷는 정부는 재정난을 덜기 위해 언제든지 그런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철저히 지구 온난화 문제에 국한해 처음에는 낮은 탄소세제를 도입해야 한다. "
▶FRB가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당분간은 그렇다. 경기침체에서 탈피해도 회복 강도가 낮은 만큼 양적 완화정책에서 아주 서서히 발을 빼는 게 현명하다고 본다.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린 만큼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면 언젠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급격히 커질 것이다. 그때 금리를 올리고 자금을 회수하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아니다. "
▶한국 같은 신흥국이 경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한국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은 뒤 뚜렷한 경제 성장을 이룬 것은 시장경제의 힘이라고 믿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시아 경제는 유럽과 미국에 비해 잘 해온 게 사실이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강점은 무역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이 경기침체에서 급속히 벗어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할수록 경제는 위기에서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게리 베커는…
미시경제의 분석영역을 폭넓은 인간행동과 상호작용에까지 확대한 공로로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시카고 학파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2006년 타계)의 제자로 미시와 거시경제학의 경계 없이 인간행위분석에 주력해왔다. 특히 경제학과 사회학을 접목시키면서 인종차별,범죄,마약 탐닉 등의 현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다양한 형태의 인간 행동이 항상 합리적이고 유용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간주한다. 부모가 가족 구성원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면 불량아도 가족들에게 이타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망나니 자식 이론(Rotten Kid Theorem)'과, 노동법제가 잘 정비되고 노조 조직률이 높은 국가의 실업률이 오히려 더 높다는 '승자의 저주'이론 등을 정립했다.
1930년 12월 펜실베이니아주 포츠빌에서 출생했다. 1955년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1969년 동 대학 교수가 될 때까지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했다. 1967년에는 40대 이전 유망 경제학자에게 주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차별의 경제학(1957) △인간자본(1964) △경제이론(1971) △인간행위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1976) △출산경제학(1989) 등이 있다.
불안에 떨고 있는 미국민들에게 노학자는 1931년부터 1941년까지의 대공황기에 비교해 경제의 충격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시카고학파인 베커 교수는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서 위기는 언제나 있을 수 있지만 항상 멀지 않아 상당한 성장력을 되찾는다고 말한다.
금융위기 이후 '큰 정부론'이 확산되고 경제가 회복기로 접어든 시점에서 시장 경제 주창자인 베커 교수로부터 미국 경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들어봤다.
▶금융위기로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많이 손상됐다. 어떻게 복원할 수 있나.
"금융시장에 국한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금융권을 제외하고는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자유주의자들이 경제를 망쳤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의 원인을 잘 따져봐야 한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주택가격에 거품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금리가 낮으면 장기자산인 주택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또 미 정부는 1970년대 '사회 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을 통해 저소득 · 저신용자에게 주택 소유를 권장하는 정책을 폈다. 이후 패니메이와 프레디맥 등 국책 모기지회사들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모기지를 적극 대출해주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물론 월가 은행들의 잘못도 크다.
정부가 버블 심리를 부추기고 월가 금융사들이 단기 수익을 좇아 부화뇌동한 셈이다. 경제가 살아나고 금융시장이 좀 더 합리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시장 경제에 대한 믿음을 되찾게 될 것이다. "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지속성장을 명분으로 시장 개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인데.
"자유시장의 가장 큰 강점은 잘못된 것을 스스로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이다. 자유시장의 경제 주체들은 그만큼 합리적이다. 시장경제만큼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가난을 척결하고,전 세계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용한 제도는 없다. 정부의 개입에는 항상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시장 스스로의 치유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거품은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신규 주택 건설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바로잡을 수 있다. 가격 하락은 수요를 촉발하게 된다. 경제가 어려움에 처하면 정부 개입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그래도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시장경제는 인간 진보에 가장 유용한 제도다. "
▶'리먼사태 이후 정부 지원이 없었다면 다른 대형 은행들도 온전치 못했을 것'이라는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의 발언에 동의하나.
"FRB와 재무부가 금융 시스템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한다. 리먼 사태 이후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며 많은 은행들이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 당시에는 FRB가 공개시장 조작 차원에서 증권을 매입하고 재무부가 은행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투입한 게 큰 도움이 됐다. 문제는 당시 리먼브러더스를 구했거나 아니면 베어스턴스 파산을 허용했다면 금융시장이 그렇게 큰 충격을 받지 않았을 것이란 점이다. 일관성있는 정책을 펴지 못한데 따른 문제를 두고 학계와 금융계에서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
▶금융위기가 진정되면서 '대마불사'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마불사는 해당 대형 금융사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 더욱이 시장경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포기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선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는 대형사들이 망하지 않도록 감독과 규제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대형 은행들에 대해선 소형 은행보다 훨씬 엄격한 자본 요건을 적용해야 한다. 또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수 있다. 은행의 사업부문 중 위험을 더 많이 수반하는 곳에는 더 높은 자본비율 요건을 부과하는 게 바람직하다. "
▶월가 금융사의 거액 보너스 지급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몇몇 은행의 임직원들이 너무 많은 보수를 챙긴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그런 현상이 정부의 개입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기업의 연봉 제도에 정부가 관여하면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때로는 정치적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 "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위해선 어떤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나.
"금융위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개혁이란 불가능하다. 다음 금융위기의 파장을 줄이거나 위기 발생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자본요건을 강화하고 파생상품이 좀 더 공개된 시장(거래소)에서 거래되도록 해야 한다. 세계경제는 1990년부터 20년간 엄청난 성장을 했다. 그 끝 무렵에 경기침체를 맞긴 했지만 역사적으로 세계경제가 두드러지게 성장한 기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미 경제의 역풍이 여전히 만만치 않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신용경색이 문제다. 은행에 돈이 많은 데도 신용경색이 풀리지 않는 것은 대출자(은행)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떻게 될지, 감독당국이 어떤 새 규제를 내놓을지불안해하고 있다.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도 미래가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다
. 탄소세 부담이 얼마나 될지도 모른다. 의료보험 개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심지어 미 정부가 노조 영향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투자를 늦추면서 대출자와 차입자 모두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지면 이런 현상은 1,2년 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
▶늘어나는 세 부담이 경제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은데.
"정부 정책에 비춰볼 때 세 부담 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다.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법안이 통과된 만큼 기업들의 의료비 부담은 커질 것이다. 탄소세도 결국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의회에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입법도 진행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침체 탈피에 주력하기보다는 급진적으로 경제 제도를 바꾸려고 하고 있다. 의료보험 개혁,탄소세 부과,노조 문제 등 개혁 의제는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된 후에 처리했어야 했다. "
▶탄소세는 정책 효과가 있다고 보나.
"정도의 문제다.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려는 차원에서 보면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본다. 다만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처음에는 기업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검토해야지 세수를 늘리기 위해 높은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금을 걷는 정부는 재정난을 덜기 위해 언제든지 그런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철저히 지구 온난화 문제에 국한해 처음에는 낮은 탄소세제를 도입해야 한다. "
▶FRB가 낮은 금리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당분간은 그렇다. 경기침체에서 탈피해도 회복 강도가 낮은 만큼 양적 완화정책에서 아주 서서히 발을 빼는 게 현명하다고 본다.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린 만큼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면 언젠가 인플레이션 압력이 급격히 커질 것이다. 그때 금리를 올리고 자금을 회수하는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지금은 아니다. "
▶한국 같은 신흥국이 경제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한국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겪은 뒤 뚜렷한 경제 성장을 이룬 것은 시장경제의 힘이라고 믿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시아 경제는 유럽과 미국에 비해 잘 해온 게 사실이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강점은 무역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이 경기침체에서 급속히 벗어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할수록 경제는 위기에서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 "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
게리 베커는…
미시경제의 분석영역을 폭넓은 인간행동과 상호작용에까지 확대한 공로로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시카고 학파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2006년 타계)의 제자로 미시와 거시경제학의 경계 없이 인간행위분석에 주력해왔다. 특히 경제학과 사회학을 접목시키면서 인종차별,범죄,마약 탐닉 등의 현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는 다양한 형태의 인간 행동이 항상 합리적이고 유용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간주한다. 부모가 가족 구성원을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면 불량아도 가족들에게 이타적으로 행동하게 된다는 '망나니 자식 이론(Rotten Kid Theorem)'과, 노동법제가 잘 정비되고 노조 조직률이 높은 국가의 실업률이 오히려 더 높다는 '승자의 저주'이론 등을 정립했다.
1930년 12월 펜실베이니아주 포츠빌에서 출생했다. 1955년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1969년 동 대학 교수가 될 때까지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했다. 1967년에는 40대 이전 유망 경제학자에게 주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차별의 경제학(1957) △인간자본(1964) △경제이론(1971) △인간행위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1976) △출산경제학(1989)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