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증시가 '백호'의 기세를 안고 첫장을 맞는다. 글로벌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있어 투자심리도 한결 나아진 상황이다. 새해 투자전략을 어떻게 가져가면 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일단 올해는 기대수익률을 낮추면서 변동성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작년 말 코스피지수가 1700선 가까이 오른 상황이어서 '기저 효과'를 누리기가 쉽지 않은 여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증시는 50%가량 올랐지만,올해는 목표치를 20% 수준으로 낮춰 잡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연간 증시 흐름에 대한 전망과 관련해서도 '상고하저(上高下低)'를 예상하는 이들과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점치는 의견이 팽팽해 시장 흐름을 읽어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 우량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면서 '깜짝 실적'을 내거나 유망 테마주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노리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을 권하고 있다.

삼성전자 100만원 시대 관심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새해 투자 유망주로 대부분 삼성전자를 꼽았다. 이 회사는 올해 순이익 10조원을 넘기며 2004년(10조7867억원) 이후 최대 순이익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세계 경기 회복과 윈도7 등 새로운 운영체제 출시로 올해 반도체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우리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해당 업종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이 있는 삼성전자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과 TV 등 다른 IT(정보기술) 제품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것도 강점으로 제시했다. 반종욱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LED(발광다이오드) TV 시장에서 300만대 중 250만대를 팔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며 "올해 LED TV 시장은 3000만대 규모로 삼성전자는 이 중 3분의 1 정도를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목표주가 100만원 시대를 연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세 자릿수 주가를 기록할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IT 업종에서는 하이닉스LG디스플레이도 기대주로 꼽혔다. 이들 두 종목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IT 제품 수요 확대가 실적 호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윈도7 효과에다 선진국 시장에서 LED TV,신흥국에서는 LCD(액정표시장치) TV가 각각 대중화하면서 LG디스플레이의 패널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IT주와 함께 대표적 수출주인 자동차주에 대한 추천도 이어졌다. 현대차는 불황기에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이며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15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협상안이 타결돼 고질적인 '파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했다"며 높게 평가했다.

종합 자동차 부품업체 현대모비스는 그룹사는 물론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매출처를 늘려가고 있어 관심이다. 삼성증권은 "현대오토넷과의 합병으로 인한 전장부품 분야의 시너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전기차 관련 핵심 부품인 모터와 배터리 등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어 안정적인 실적을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증시에서 삼성전자 현대차와 함께 '3두마차'의 한 축이었던 LG화학도 유망주 반열에서 빠지지 않는다. 대우증권은 "LG화학이 자동차용 2차전지라는 확실한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석유화학 제품 역시 올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금융 · 건설주도 쇼핑 목록에 올라

증시의 삼두마차 외에도 증권사들의 '러브콜'을 받은 종목들이 많다. 당장 포스코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철강 수요 회복과 중국 경제 성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철강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할 경우 국제 철강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포스코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의 6배에 가까운 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제철도 철강 수요 회복의 수혜주로 지목됐다.

대한항공은 원 · 달러 환율 하락의 혜택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신증권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원화 강세,신종플루 영향 감소 등으로 출국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한국 · 중국 간의 비자 면제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 이 회사의 실적이 크게 좋아질 것(우리투자증권)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올해 업황 개선이 예상되는 금융업종과 건설업종도 증권사들의 쇼핑 목록에 올랐다. KB금융은 순이자마진(NIM) 개선세와 더불어 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는 지적이다. 건설주 중에서는 해외 수주 모멘텀을 갖춘 현대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호평받았다.

신약개발 투자가 올해부터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되는 한미약품,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CJ제일제당,정유업황 개선은 물론 자동차용 2차전지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한 SK에너지 등도 올해 유망주로 꼽혔다.

이 밖에 지난해 말 대규모 수주를 이끌어낸 원자력발전 관련주를 비롯해 스마트폰 전자책 녹색성장 등이 꾸준한 테마주를 형성할 전망이어서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지적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