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庚寅)년 새해,대한민국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도전과 성취,자신감의 3박자가 강력한 국운 상승을 예감케 한다. 한국은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400억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권을 따냈다. 신흥경제국으로는 사상 첫 원전 플랜트 수출이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최대 승자로 올라섰다.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올해는 건국 이래 최대 국제행사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영국 등의 정상이 한국을 찾아온다. 100여년 전 풍전등화의 한국을 집어삼키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던 그 나라들이다.

경인년은 한일병합 100주년,한국전쟁 60주년이 되는 해다. 일제의 강점과 수탈에 신음하던 한국은 지난해 425억달러(전망치)의 무역흑자를 올려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다. 미국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일방적으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단 한번의 해외 공연으로 100억여원을 벌어들이고,피겨 스케이팅 골프 축구 야구 등 국제 스포츠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전 세계에 이처럼 극적인 반전을 연출한 국가는 없다. 100년 전의 국권 상실은 역설적으로 스스로 근대화의 실체를 자각하게 했고,온 나라를 폐허로 만들었던 한국전쟁은 불굴의 도전 의지를 다짐토록 한 계기였다. 박정희 대통령,구인회 LG 창업주,이병철 삼성 창업주,정주영 현대 창업주 등은 모두 한일병합 전후에 태어나 새로운 조국 건설에 절치부심했다.

1960년 주한 미군은 자국의 원조에 기대어 연명하는 한국에 대해 "거의 희망이 없는 나라"라는 표현으로 본국에 보고서를 올렸다. 당시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79달러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가난했다. 하지만 패기 충만하고 역동적인 국민들의 의지와 열정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지도자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었고,국민들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다.

2010년은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가는 또 하나의 발화점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고 더 강해질 준비가 돼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세상이다. 이제 새로운 희망을 품고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해 나가자.

특별취재팀장=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