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새해를 맞아 각 은행의 프라이빗 뱅커(PB)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새해 투자 전략은 '선(先) 수비,후(後) 공격'이었다. 안정성의 바탕 위에서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의 기본 원칙은 해가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금이 보장되는 확정금리형 상품으로 기초를 튼튼히 한 다음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해 고수익을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대수익 낮추고 확정금리 상품 활용

PB들은 기대수익률을 작년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설문에 참여한 10명 중 8명이 '올해는 작년보다 투자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PB는 2명뿐이었다.

국내외 경제가 회복세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출구 전략과 세계 경제의 더블 딥(일시 회복 후 침체) 우려 등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는 것이 기대수익률을 낮추라고 하는 이유다. 정남태 국민은행 일산PB센터 팀장은 "경기 회복은 지속되겠지만 속도는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주가도 지난해만큼의 상승세를 보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길원 하나은행 여의도골드클럽 PB센터장은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약해지고 금리 인상 등 출구 전략이 본격화할 경우 주가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PB들은 이 같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정기예금이나 채권 등 확정금리형 상품의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 센터장은 "1억원의 여유자금이 있다면 4000만원 정도는 1년 만기 정기예금에 예치할 것을 권한다"며 "은행들이 예금을 늘리기 위해 내놓는 특판 고금리 상품을 눈여겨보라"고 말했다.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지점 PB팀장은 "전망이 불투명하다면 여유자금의 일부는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 뒀다가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이 섰을 때 투자하는 전략도 취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신흥시장 · 원자재 펀드 유망

확정금리형 상품을 통한 '선 수비' 전략을 마련했으면 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후 공격' 전략을 세워야 한다. 구체적인 포트폴리오에는 차이가 있었지만 △국내 주식형 펀드 △중국,브라질 등 신흥시장 펀드 △원유 등 원자재 관련 펀드에 분산해 투자하라는 방향으로 PB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송민우 신한은행 서울파이낸스골드센터 PB팀장은 "국내 주가도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해외 펀드 비과세가 작년 말로 끝난 점과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외보다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경제가 회복할수록 금 원유 등 원자재 시장으로 자금이 몰려들 것"이라며 "관련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일부 편입하면 수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효용 한국씨티은행 반포래미안지점 부지점장은 "선진국보다는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에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아시아에서는 10%,중남미에서는 20%가량의 수익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투자 성적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를 묻는 질문(복수 응답)에는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 전략 시기와 방법을 꼽은 PB가 7명으로 가장 많았다. 5명은 국내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라고 답했고 4명은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출구 전략은 시중 유동성을 줄여 자산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국내외 경기 회복 속도는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었다.

◆부동산 본격 회복은 내년 이후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서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봤을 때 큰 폭의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대부분이었다. 수도권 주택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시기를 묻는 질문에 7명이 2011년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등 주택 공급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전망의 배경이다. 김미애 외환은행 WM센터 차장은 "수도권 주택 가격은 실수요자가 접근하기에는 아직 높은 수준인 데다 실물경기도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릴 만큼 빠른 속도로 회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일건 HSBC 서울지점 이사는 "가계부채가 많은 데다 앞으로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인 상승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강우신 센터장은 "경기 회복이 지속된다면 하반기부터는 실수요가 살아나면서 가격도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식 농협 분당PB센터 팀장도 "대출 규제 등이 변수가 되겠지만 3분기 말부터는 주택 가격이 보합세를 벗어나 상승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