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전날인 지난달 31일 오전 젊은이의 거리로 손꼽히는 서울의 대학로.지하철4호선 혜화역 1번 출구를 나와 상명대학교 디자인예술센터 방향으로 들어서면 낙산가든 맞은편 2층 건물에 '홍콩반점'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평일 오전 시간에도 불구하고 90여석의 가게 안은 손님들로 빼곡했다.

홍콩반점은 외식업소 간 경쟁이 치열한 대학로에서 개점 반년 만에 외식명소로 떠올랐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홍콩반점은 일반 '중국집'과 차별화한 짬뽕전문 중국집이다. 메뉴,가격,서비스 등에서 기존 중국집들과 다른 스타일을 선보여 소비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점포는 메뉴와 가격부터 차별화했다. 중국집의 대표 메뉴인 자장면은 팔지 않고,짬뽕만 판다. 보통이 3500원,곱빼기 5000원,짬뽕밥 4000원,볶은짬뽕은 5000원을 받는다. 요리로는 탕수육과 군만두만 취급해 다른 중국집에 비해 메뉴가 매우 적은 게 특징.24시간 영업하는 것도 다른 중국집들과 다른 점이다. 음식은 서빙하지만 물은 셀프서비스다.

하루종일 영업을 하는 데다 가격에 비해 맛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홍콩반점은 오픈 6개월 만에 대학로를 대표하는 식당으로 자리매김했다. 젊은이들이 몰려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1700그릇을 파는 대기록을 세웠다. 육경희 사장(47)은 "뉴 스타일의 중국집이라 자리를 잡으려면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빨리 흑자를 내고 있다" 며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연극인이나 주변 직장에서 찾아오는 단골들이 많다"고 말했다. "음식점은 싸고 질이 좋으면 성공한다"는 게 육 사장의 평소 지론이다.

육 사장은 대학로에서만 10여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외식 전문가다. 그는 7년 전 혜화동 로터리에 한정식집 '南道이야기'를 오픈해 대성공을 거둔적이 있다. 그 뒤 남보다 한발 앞서 커피 · 아이스크림 전문점을 시작했으나 부실 프랜차이즈 본사를 선택해 수억원을 까먹은 경험도 갖고 있다.

"종업원과 함께 100년을 지속할 수 있는 장수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 육 사장에게 비전을 묻자 "맛과 품질로 승부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음식점을 키우는 것"이라며 "3년 안에 놀부처럼 훌륭한 프랜차이즈 외식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