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에 시작된 정보기술(IT) 열풍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인 산업화의 궤도에 오르면서 수많은 유망 직업군을 낳았다. 당시 창고에서,학교 동아리방에서,또는 원룸에서 초라하게 사업을 시작했던 각종 첨단 업종의 개척자들은 10년이 지난 지금 뉴비즈니스의 주류로 당당히 자리잡았다. 웹포털,게임,e마켓플레이스,온라인 보안,각종 IT 단말기 분야 등이 주인공이다.

그렇다면 향후 10년간 주목받을 직업군들은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2010년 역시 또 한차례 신규 직업군의 등장을 예고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0년대의 화두가 IT였다면 2010년은 '환경'과 '개성'이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지난주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직업들을 되돌아본 데 이어 이번에는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직업군을 조망해 본다.

◆각광받는 환경산업

현재 직업군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은 다양한 분야 중 가장 촉망받는 영역을 고르자면 단연 '환경'이다. 친환경 산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환경분야에서는 수많은 직업군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미래 유망 녹색일자리로 △에너지원 △에너지 고효율화 △산업 · 교통 · 공간의 녹색화 △환경보호 · 자원순환 △저탄소 경제활동 분야 등 5개 분야를 꼽았다.

에너지원 분야에서는 태양광설비시스템 개발자,연료전지시스템 설치원 등이 있다. 에너지 고효율화 분야에서는 발광다이오드(LED) 생산 관리자가 대표적 유망직업이다. LED 생산관리자는 LED 제품의 생산 계획을 세우고 관련 부품의 재고 관리와 완성품의 검사 및 시험을 수행하는 등 LED 생산방법 및 공정라인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전력 IT 연구원,석탄액화기술 연구원 등도 이 분야 유망직업으로 꼽힌다. 산업 녹색화 분야에서는 그린카 설계개발자, 생태도시(U-City) 개발기획가, 교통수단 경로기획가 등이 있다.

환경보호 · 자원순환 분야에서는 기후변화 대응 분석가와 정밀농업 전문가가 눈에 띈다. 또 저탄소 경제활동 지원분야에서는 탄소거래중개인,환경경영컨설턴트,녹색프로젝트 파이낸서 등이 성장성 높은 직업군으로 꼽힌다. 녹색산업 파이낸서는 산업시설을 친환경,저에너지 소비 형태로 전환하는데 따른 편익비용과 수익성을 분석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 직업은 이미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전문직의 하나로 그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 밖에 나노소재 연구개발자,환경영향 평가사,토양수질 영향평가사,농업환경 컨설턴트,해양생물학자,환경공학기술자,산림 보호원 등도 지금보다 그 지위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직업군에서도 친 환경 분야의 영역이 넓혀지면서 새로운 직업군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건축가의 경우 친환경적인 건축물을 설계하고 시공하는 쪽으로 변화가 필요해지고 난방 엔지니어는 좀 더 효율적인 난방시설을 건설하고 연구하는 틈새 영역이 생긴다. 정부는 이들 친환경 산업 지원과 인력 양성을 통해 2013년까지 20만개의 녹색 일자리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개성과 이미지를 파는 사람들

서구 선진국에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직업 중에는 사람들의 개성과 이미지를 살려주고 표현해 주는 직업들이 많다. 범퍼 스티커 작가가 대표적이다. 미국인들은 자기의 개성에 따라 특정 의미나 문구 등을 담은 스티커를 자동차 범퍼나 유리창에 붙이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범퍼뿐만 아니라 매트,앞치마,키체인,장신판,머그잔 등에 붙이는 다양한 방식의 스티커들이 많다. 대량생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면서 자신만의 영역을 표시하고 싶은 욕구를 자연스럽게 발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직업들이다.

평판관리 전문가도 '뜨고'있다. 온라인 사회에 빠르게 진입하면서 기업이나 CEO의 이미지,명성 등은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평판관리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나쁜 평판을 복구하고 관리하며 부정적 블로그나 글을 추적해 이를 수정한다. 또 고객의 좋은 면을 부각시킨 게시물을 적극적으로 게재해 알린다.

비슷한 유형의 직업으로는 목소리 코치,이미지 컨설턴트 등이 있다. 목소리 코치는 기업체 대표,정치인,영업사원 등을 중심으로 목소리 톤과 화술을 분석하고 비디오 테이프 등을 통해 분석한다. 최근에는 자신을 표현하는데 있어 목소리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미지 컨설턴트도 고객층이 더 이상 정치인과 기업인 등에 국한돼 있지 않다. 유럽 등의 경우 프레젠테이션,파티 등에 참여하면서 따로 이미지 컨설팅을 받는 일반인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사람들의 개성을 공략하는 직업으로 인형 의사,인형 옷 디자이너 등도 성업 중이다. 인형의사는 봉재,플라스틱,나무 등 다양한 재질의 인형을 수리해야 하기 때문에 재봉 실력뿐만 아니라 채색 능력도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인형병원 산업이 발달해 세계 각국에서 인형 수리를 의뢰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에는 또 매매 주택 연출가라는 독특한 직업군도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집을 팔려고 결정하면 집주인들이 매매주택 연출가에게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 경기가 크게 침체된 요즘에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한 부동산 업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연출된 집은 그렇지 않은 집에 비해 매매가 빨리 체결되고 집값도 3%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이 밖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직업으로는 애완동물 변호사,말 치과의사,애완동물 시터,동물 랭글러(조련사),동물법의학 전문가 등 애완동물 관련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또 △음식 조각가,케이크 장식가 등 음식 관련 직업 △이혼부모 코디네이터,사별극복상담원,라이프코치,기업컨시어지 등 행복한 인생을 돕는 직업도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도움말:한국고용정보원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