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 새해다. 한반도 호랑이가 60년 만에 맞는 '백호의 해'다. 대한민국이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세계일류 국가로 발돋움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는 그럴 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다. 60년 전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다른 나라들로부터 원조를 받았던 나라가 이제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원조를 주는 세계 9위의 수출대국으로 성장했다. 세계사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스포츠,음악,미술 등 각 분야에서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한국인이 즐비하다. 우리의 능력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앞으로 60년 후 초일류 국가가 충분히 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명분과 이념에 사로잡혀 극한 대치를 하는 비타협적인 정치 행태로는 결코 일류국가가 될 수 없다. 파괴적이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노동운동,농성과 시위로 국정의 발목을 잡는 행태,민생은 뒤로 하고 오직 정파의 이익에 매달려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난장판 국회가 사라져야 한다.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장면 하나가 있다. 미실이 자신을 도우러 오는 속함성 여길찬의 부대에 '회군명령'을 내리는 장면이다. 여길찬 부대가 가세하면 권력을 되찾을 수도 있었지만 미실은 자신보다 국가의 안위를 먼저 생각했던 것이다.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물론 이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닌 픽션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에 감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금 각 이해 관계자들 간에 논란이 극심한 세종시 문제는 현명한 해결책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세종시는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할 도시다.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충청지역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수도 이전을 약속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공약(公約)에 따라 수도이전을 실행하려 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자 정부 부처의 일부를 옮기는 편법으로 오늘의 세종시를 만들었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정부 부처를 옮겨 수도를 분할하는 것은 많은 비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물론 세종시를 원안대로 세우지 않아 신의와 신뢰가 상실됨으로써 치러야 할 비용도 있다. 그러나 수도 분할에 따르는 비용과 세종시를 원안대로 세우지 않음으로써 치러야 할 비용을 비교했을 때 전자(前者)가 훨씬 크다. 왜냐 하면 수도 분할에 따른 비용은 지속적이고 영구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이익을 위해 세종시의 원안보다는 세종시도 살고 국가도 사는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실이 국익을 위해 '회군명령'을 내리듯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하는' 주장은 거둬들여지는 것이 좋다. 그것은 결코 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기는 것이다. 그러한 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드라마의 미실처럼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것이며 역사는 아름답게 기록할 것이다. 세종시뿐만 아니다. 4대강 사업,노동법 개정 등의 문제에서도 자신들의 이익보다는 국익의 관점에서 생각하여 양보하고 타협하며 화합과 소통의 정치문화를 정립해 나가야 한다.

이웃 중국의 빠른 성장은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협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강성해지면 이웃나라를 지배하려고 하는 성향을 보였다.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국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분열과 갈등으로는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다. 새해에 국익을 위한 화합과 소통을 통해 감동의 새 역사를 쓰자.

안재욱 경희대 대학원장·경제학/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