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내정됐던 강정원 국민은행장이 회장 내정자에서 물러난 지 사흘이 지난 1월3일.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사와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은 깊은 적막에 휩싸였다. 휴일인데도 불구하고 사무실에 나온 몇몇 임직원들은 강 행장의 사퇴에 대해 담담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긴장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한 직원은 "강 행장이 회장에 내정됐을 때만 해도 KB도 이번에야말로 신한이나 하나금융처럼 내부 출신이 수장에 오르는 전통을 세울 수 있게 됐다며 희망에 부풀었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 기대가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깨달았다"고 허탈해했다.

또 다른 직원은 "사외이사들이 감독당국의 뜻을 거스르고 회장을 내정하는 '뚝심'을 보여주더니 막상 칼끝이 자신들로 향하니까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고 분노하면서도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강 행장이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회장 내정자에서 물러났지만 KB금융과 국민은행은 향후 몰아칠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12월16일부터 일주일간 실시된 사전검사가 1라운드였다면 오는 14일부터 4주 동안 진행될 종합검사가 2라운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사전검사에서 KB금융 사외이사 운영의 문제점과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 투자 손실 등을 포함해 경영 실태 전반을 살펴본 데 이어 종합검사를 통해 법규 위반 사항이 있는지 철저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KB금융에선 종합검사 역시 유례없이 초강도로 이뤄질 것이라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종합검사가 끝난 후 이뤄질 징계를 벌써부터 걱정하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강 행장은 회장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남은 기간 국민은행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지만 행여 행장직까지 위협당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B금융은 강 행장이 물러나자마자 직원들에게 '관치금융'이라는 말을 일절 거론하지 말라고 입단속에 나섰다. 언론에도 가급적 '관치'라는 용어가 포함되는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읍소하다시피 하고 있다. 더 이상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다. 금융당국의 칼끝이 강 행장을 회장 내정자에서 사퇴시킨 것으로 끝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