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무역흑자가 410억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전 세계 교역량이 급감한 가운데 세계 9위의 수출국으로 올라서는 성과도 거뒀다. 우리가 위기극복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힌 것은 이처럼 수출시장을 놓치지 않으면서 대규모의 무역흑자를 거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 같은 괄목할 만한 무역흑자를 놓고 자만하거나 안도할 일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수출이 전년에 비해 13.8% 감소한 까닭이다. 무역흑자는 수입이 25.8%나 줄어든 결과에서 얻어진 성과인 것이다. 이 때문에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이어졌고,위축된 국내외 경기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1월 이후 수출입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다시 성장궤도에 들어선 것 같다는 점이다.

올해도 우선적인 과제가 이 같은 무역 흑자기조를 탄탄히 이어가야 하는 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내수시장 확대를 통해 자립경제의 기반을 더 다져야 하는 것은 분명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절실한 과제이지만 아직 교역 확대,특히 수출 신장은 대외지향적인 우리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출업계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가 고환율 덕분이었음을 다시한번 자각해야 한다. 떨어진 환율조건에서도 수출의 신장세를 유지하자면 전반적인 제품의 경쟁력 제고 외에 수출 전략품목과 시장의 다변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일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도 무역흑자 흐름이 이어져 200억달러는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환율조건이 변한 데다 국제 원자재시장은 불안정하다. 게다가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장벽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여서 목표달성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3638억달러였던 수출을 올해 4100억달러로 13% 높여잡고 수출금융 마케팅 물류 등 무역인프라 확충안과 장기적으로 수출기업 확대책을 제시한 적이 있는데 이들 방안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연초부터 꼼꼼히 살펴보기 바란다. 아울러 수출증가가 고용확대로 바로 연결되도록 수출산업의 구조개선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