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킬러'로 불리는 체인형 전문점들이 국내에서 새로운 유통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불황에도 큰 폭으로 성장한 친환경식품전문점과 헬스&뷰티전문점,슈즈멀티숍 등은 올해 시장 규모를 더욱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스포츠 · 아웃도어 · 장난감 등에서 대형 전문점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테고리 킬러는 매장 전체를 한 분야 상품으로 특화한 소매업태다. 다양한 브랜드를 취급해 전문성이 강하고 대량 매입을 통해 단가를 낮춰 대형마트 못지 않은 가격 경쟁력을 갖는다. 동일 카테고리 상품을 취급하는 주변 점포들을 초토화시킨다는 의미에서 '킬러'(killer)로 표현된다.

유럽과 미국,일본 등에서는 카테고리 킬러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가진 선진 유통업태로 자리잡았지만 국내에서는 가전양판점인 하이마트를 제외하고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통전문가들은 "국내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이 짧은 시간에 백화점을 압도하는 규모로 커지면서 대형 전문점이 성장할 여력이 부족했고 외환위기 이후 상승한 부동산 비용도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갈수록 다양하고 깊이있는 상품을 추구하면서 전문점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춰 '웰빙' 상품군을 중심으로 전문점들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한살림,자연드림(아이쿱생협),초록마을,올가홀푸드(풀무원),이팜(동원) 등 친환경식품 전문관의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고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특히 1000㎡ 이상의 대형 매장이 많아지면서 카테고리 킬러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꽃남 · 초식남 등 미모 가꾸기 열풍과 함께 올리브영,GS왓슨스,W스토어 등 '한국형 드럭스토어'로 불리는 헬스&뷰티전문점 매출과 점포 수도 크게 늘었다. 1위 업체인 올리브영은 지난해 시장 진출 10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도 70개인 점포 수를 90~100개로 늘려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ABC마트 슈마커 등 슈즈 멀티숍 시장도 2006년 3300억원에서 지난해 61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커졌고 스포츠화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서 40%로 높아졌다. 이상현 슈마커 마케팅팀장은 "신발시장의 주도권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 슈즈 멀티숍 비중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인 50~6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점 수요가 커짐에 따라 대형마트와 패션업체들도 올해 관련 사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완구 전문점 '토이저러스'를 올해 5개에서 9개로 늘리고 이마트도 현재 8곳에서 운영하는 스포츠전문점 '빅텐'을 4~5곳에 추가로 열 계획이다. LG패션은 다음 달 서울 문정동에 대형 스포츠 전문 멀티숍인 '인터스포츠' 1호점을 내고 전문점 시장에 뛰어든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