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하이닉스가 2010년 첫 거래일인 4일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10월 이후 석달만에 80만원선을 넘어섰다.

이날 하이닉스는 오전 11시 13분 현재 전거래일보다 600원(2.81%) 오른 2만3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52주 신고가를 장중 2만4150원으로 경신했다. 삼성전자도 소폭 오른 80만2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종목의 강세는 반도체 가격 강세 지속에 따른 실적 호전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D램 현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마지막 날까지도 강세를 보이며 마무리 됐다. 오히려 11월말 대비 DDR2는 평균 12%, DDR3 는 평균 3% 상승했다. 월간 평균 가격 하락률도 선방했다. 지난해 12월 DDR2는 평균 8%, DDR3는 11% 하락하는 데에 그쳐, 전체 주력 D램 가격 평균 하락 률은 11월 대비 9% 하락했다. 이는 2000년 이후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대우증권은 D램 가격 강세가 지속된 점을 고려해 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을 매출액 2조6700억원, 영업이익 6250억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4분기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은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는 분기 시설투자(Capex) 5000억원, 차입금 상환 5000억원이 가능한 구조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며 "2008년 4분기 영업적자가 8000억원에 달했음을 감안할 때 큰 폭의 턴어라운드가 아닐 수 없으며 더욱이 경쟁사들과 비교할 때 D램 경기 상승기 최대 수혜주임이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D램 가격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가근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DRAM 업체들의 실질적인 가동률이 이미 11월부터 100%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PC 수요가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선두권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설투자가 다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으나 이를 통한 웨이퍼 투입 증가는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상반기 동안 D램 공급 부족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올 상반기에도 D램 가격 호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특히 연초 중국의 춘절 수요를 대비한 채널들의 재고 축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2000년 이후 12월 가격흐름이 다음해 1분기까지 이어지는 모습 반복됐다는 점도 D램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D램 업체들의 실적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가근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2월 평균 가격 하락률인 9%로 추정해 봤을 때 올해 1분기 D램 가격 하락률은 4%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이는 IBK증권의 전망치 10%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럴 경우 D램 업체들의 수익성은 지난해 4분기 대비 오히려 상승하게 돼, D램 업체들의 올해 이익 모멘텀은 연초부터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D램 뿐만 아니라 NAND 현물 가격 역시 비수기 가격 급락에 대한 우려를 뒤로 하고 연말에 반등을 보이면서 마무리 됐다. 주력 NAND 제품인 32Gb MLC는 11월말 대비 보합 수준인 7.62달러, 16Gb MLC는 1% 하락한 4.62달러로 마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통상적으로 NAND의 경우 12월부터 비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만 대용량 NAND 장착 스마트폰들의 수요가 좋아서 가격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1월 이후에는 스마트폰 모멘텀과 더불어 애플의 태블릿 PC 모멘텀까지 추가되면서 NAND 역시 가격이 안정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과거 경험적으로 봤을 때 시장의 기대를 깨고 업황이 강세를 유지할 때 업황과 관련된 회사의 주가 상승률이 가장 좋았던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관련 주식들의 주가 강세는 추가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의 2010년 연간 실적은 매출액 10조원, 영업이익 2조원으로 큰 폭의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며 "본격적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있는 상반기 중에는 트레이딩 전략보다는 비중 확대를 그대로 유지할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