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증권시장의 제도적 환경은 어떻게 바뀔까.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공공기관으로 지정됐고, 금융투자협회는 통합 2년째를 맞는다. 최근 수개월새 수장이 바뀐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은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코스닥등록법인 협회는 코스닥협회로 이름을 바꿔 의욕적으로 새 출발을 할 움직임이다. 한국투자공사와 자본시장학회 역시 제도적 변화에 맞춰 새 역할을 모색중이다.

증권사는 물론 개인투자자와 외국인 기관 등 투자주체들은 이같은 변화의 흐름을 읽어내고 시장에 최대한 빠르게 적응해야 성공적인 한 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은 경인년 새해 증시 개장을 맞아 증권관련 기관장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관련기관의 역할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 총점검해 본다.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게재된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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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기관장에 듣는다①]김봉수 KRX 이사장 "공공기관으로서 제역할 하겠다"
'34년 정통 증권맨' 김봉수 한국거래소(KRX) 신임 이사장(56·사진)이 경인년(庚寅年) 새해 첫 거래일인 4일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을 열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취임한 김 이사장은 이날 개장식 직후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미디어 <한경닷컴>과 만나 조직과 인력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경영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인 만큼 임금삭감 등 강도 높은 비용절감을 통해 방만경영을 해소시키고, 고객들에게 신뢰받는 거래소로 거듭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또 △성공적인 글로벌 사업 △시장운영제도의 선진화 △국가경제 핵심 인프라 구축 등을 거래소의 세 가지 중점 과제로 선정했다. 이를 통해 한국증시를 국제적인 '프리미엄 시장'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그는 거래소가 '공공기관'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 동안 노조 등이 주축이 돼 정부에 요구했던 '거래소 공공기관 지정 해제' 논란에 일침을 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한 셈이다.

◆직속기구 'KRX 개혁추진단' 설치…"인원 10% 감축한다"

김 이사장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안을 마련했다. 앞으로 이사장 직속기구인 'KRX 개혁 추진단'을 설치할 계획이다. 고객의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조직, 인력, 예산 등을 감축·개선해 경영효율성을 향상시킨다는 것.

그는 "현재 750명인 한국거래소의 정원을 10% 이상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간부직 비율을 축소시켜 인력구조를 재편하고, 유사기능을 가진 조직끼리 통폐합시켜 조직을 보다 슬림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 전 직원의 임금을 5% 삭감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우선 임원 임금을 전년에 비해 최대 절반 가까이 줄이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김 이사장은 "거래소 임원의 임금삭감 범위는 52~58% 사이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시간외 수당도 삭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업무추진비와 홍보비, 행사비 등 경비예산을 절감하고 복리후생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김 이사장은 외부 지적사항인 방만경영을 일부 해소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렇게 예산을 삭감하면 2010년 총 예산 2708억원 중 인건비 805억원(전년대비 -11.7%)과 경상경비 389억원(-8.9%)이 각각 줄어들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같은 개혁을 추진할 KRX 개혁 추진단은 외부 전문가들을 포함해 10명 이내로 구성될 전망이다. 김 이사장은 "자본시장과 증권거래제도, 조직혁신, 국제화 등의 분야에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내·외부 전문가 10명 이내로 개혁 추진단을 설치할 것"이라며 "이 기구는 앞으로 객관적이고 독립된 시각에서 거래소가 추진하는 모든 개혁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사업 성공시켜 변화와 혁신 모색할 터"

김 이사장은 아울러 '글로벌 거래소'로서 한국거래소의 면모를 한층 더 강화시키기 위한 큰 밑그림을 그려 제시했다. 캄보디아·라오스 등 신흥증권시장 설립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동아시아지역에서 주도적인 위상을 확보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세계 각국의 자본시장은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러한 국제 자본시장의 변화를 우리 자본시장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도전과 기회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 한 해는 그동안 추진해 온 글로벌사업을 성공적으로 매듭짓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이에 따라 글로벌 연계시장을 추가로 개설해 24시간 글로벌 트레이딩 기반을 구축하고, 증시 IT(정보기술)시스템 수출사업을 적극 펼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외국기업을 상대로 한 상장유치 사업을 미국·일본 등 선진국으로 다변화할 계획"이라며 자본시장 국제화에 발벗고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변동성지수, 단기금리 및 금선물 시장, 원유ETF(상장지수펀드), 통화ETF 등 다양한 ETF 상품과 신종 워런트 등도 증시에 새로 도입된다. 김 이사장은 "선진화된 시장관리체계를 구축해 프리미엄 시장의 면모를 갖춰 나가기 위해서는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투자상품과 위험관리수단을 아낌없이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우회상장관련 제도 개선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참가자의 투자편익과 국제정합성을 제고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도 편입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외에도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사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탄소배출권시장 개설과 녹색금융 주가지수 개발, 녹색ETF 상장 등을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김 이사장은 밝혔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대비, 시장제도와 내부 인프라 또한 대대적으로 정비할 방침이다.

[증권기관장에 듣는다①]김봉수 KRX 이사장 "공공기관으로서 제역할 하겠다"
◆'공공기관'으로 언급…"사회적 책임도 충실히 이행"


김 이사장은 이날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공식 지칭하고,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내부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문제해결에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거래소 노조는 여전히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노사관계 정립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지 여부에 증권업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공공기관으로서 '나눔경영'을 펼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KRX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하고 임·직원이 참여하는 사회봉사단도 발족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기 위해 청년인턴사원 채용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거래소는 지난해 정원대비 7.7%에 해당하는 58명을 청년인턴으로 채용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노-노 갈등을 벌이고 있는 거래소 두 노조에 대해서도 '조화와 융합'이라는 표현을 써 관계를 개선하도록 힘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대내적으로는 노사관계를 재정립해 조직의 화학적 융합을 유도해야만 자본시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현재 거래소 노조는 통합노조(옛 코스닥위원회+선물거래소)와 단일노조(옛 증권거래소+코스닥증권시장)로 나눠져 있다.

거래소 노조가 방만경영의 대표적인 본보기로 지적하고 나선 본사 이전 문제에 대해서 김 이사장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주 취임식에서 "부산에 있는 거래소 본사가 앞으로도 그대로 부산에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지면 그대로 될 것"이란 말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제3대 이사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

김 이사장은 거래소 설립 이래 최초의 '경선 1호' 이사장이자 통합거래소 첫 업계출신 이사장이다. 이 때문에 증권업계 관계자들이 김 이사장에게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김 이사장이 키움증권 창립 멤버로 참여, 단기간에 주식수탁 시장점유율 1위 증권사로 끌어올리는 경영 수완을 발휘한 만큼 거래소가 직면해 있는 위기들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이 해결해야 할 난제(難題)도 많다. 노조의 공공기관 지정 해제 요구가 지속될 것이고, 조직 및 인원 구조조정에 따른 반발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모럴해저드(도덕적헤이)의 극치'라는 비난이 쏟아진 부산 본사 임직원들에 대한 혜택(부산 임직원 224명 중 206명에게 사택을 제공)도 개선되어야 할 방만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노조 측이 이미 작년부터 방만경영의 핵심으로 지목한 바 있어 앞으로도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통합노조와 단일노조의 통합, 차세대 거래시스템의 오류 보완 등도 김 이사장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김 이사장도 이 같은 거래소의 현 상황을 '총체적 난국의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또 고객의 니즈(needs)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시장운영 등으로 외부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이제 김봉수 이사장으로 선장을 바꾼 거래소가 닻을 올리고 항해를 시작했다. 전 이사장의 갑작스런 사표 제출로 두 달 남짓 공석이던 거래소도 '변화와 혁신'이라는 새 이사장의 기치 아래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한 걸음 더 내딛게 된 것이다. 그가 가진 거래소 경영의 기본철학은 단순하지만 확고하다. '변화를 선도하는 경영혁신', '고객만족 경영',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글로벌 거래소'가 바로 그것이다.

김 이사장은 충북 괴산에서 태어나 청주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76년 쌍용투자증권에 입사해 증권업계에 진출한 뒤 지금까지 34년째 증권업계에 몸담고 있다. 1999년 키움닷컴증권 창립멤버(전무이사)로 참여한 이후 2001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맡아 회사를 온라인 1위 증권사로 키워냈고, 작년 4월부터 이 증권사 부회장을 지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