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4일 신년 연설은 지난해와는 확연히 달랐다.

금융위기의 한복판에 있던 지난해 1월3일 연설에선 '위기'를 무려 29차례나 언급했으며 비상경제정부 체제 및 '워 룸' 가동을 선언하는 등 긴박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반면 올해는 대한민국 14차례,변화 13차례를 각각 말했고 자신감,국운 융성,꿈,선진,국격 등의 용어가 골고루 등장했다.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자신감의 반영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유치 및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등이 그 바탕이 됐다.

실제 이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것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2009년 우리가 얻은 것은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또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되던 날,제 마음속에는 감격의 눈물과 함께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원전 수출 협정이 체결되던 날 부르튼 입술 사이로 '대한민국 국운이 열리고 있구나'라는 말이 절로 흘러나왔다"고 회고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 스스로 사고방식을 변화시켜야만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거듭 역설했다. "시야는 넓게,일은 탄탄하게"라는 말 속엔 빠르게 변해가는 국제 질서 속에서 변화의 물결을 수동적으로 뒤쫓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주도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세계는 구질서가 해체되고 신질서가 등장하고 있다"며 "낡은 사고방식으로는 새로운 물결을 헤쳐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사의 큰 흐름을 포착하고 미래로 향하는 역사의 길목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위대한 변화를 우리는 반드시 이뤄낼 것,자신감이 더욱 충만해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의 합심을 당부하는 것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신년 국정연설은 지난해 11월 초부터 약 2개월간 핵심 참모들이 총동원돼 준비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두 차례 토론을 비롯해 여러 차례 독회와 논의 과정을 거쳤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