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세종시와 쑤저우공업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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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중국 신문을 보다가 마치 망치로 맞은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첨단산업기지 100곳을 만들겠다는 기사가 눈에 들에 들어오면서 몇 년 전 스치듯 지나갔지만 강렬한 인상이 남아있던 쑤저우공업원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쑤저우공업원구는 싱가포르와 장쑤성 쑤저우시가 함께 만든 산업단지다. 총 면적은 6000만평이다. 인텔 삼성 등 수천개의 외국 기업이 들어와 있고 이가운데 절반이 IT(정보기술) 기업이다. 행정처리는 민원접수 후 최대 3일이 원칙이어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지역으로 꼽히기도 한다. 산 · 학 연계를 위한 대학단지까지 마련돼 있다. 산업기지라고 하지만 녹지율이 45%에 달하고 아늑한 호반이 곳곳에 깔려 있는 살기 좋은 곳이다. 첨단산업을 집중적으로 유치하며 연평균 40%의 성장을 거듭,이곳의 1인당 국민소득은 중국 평균의 10배 가까이 된다.
이런 쑤저우공업원구를 100개나 더 만들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계획이다. 중국의 경제개발 원칙 중 '점 · 선 · 면'이라는 게 있다. 핵심거점(점)을 만든 뒤 이를 연결해 일정한 벨트(선)를 형성하고,벨트를 전방위로 확산(면)한다는 것.일찍이 중국 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한 상하이 푸둥도 그렇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톈진 빈하이신구도 하나의 점이다. 이 점들을 연결할 100개의 또다른 점이 생긴다는 말이다.
100개의 첨단 산업기지 개발 계획은 쑤저우공업원구와 한국의 세종시를 오버랩시키면서 신년 초부터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한국은 세종시 문제로 지난해 내내 국론이 분열되더니 해를 넘겨서도 혼란이 반복될 조짐이다. 1000만평 남짓한 세종시는 쑤저우공업원구에 비해 '반의 반'도 안 되는 크기다. 그걸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두고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는 것도 모자라 서로가 서로를 원수로 만들고 있다. 그 사이에 중국은 첨단 산업기지를,그것도 100개나 만들기로 했다.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벌이는 세종시 논쟁은 정말 한가하고,이런 분쟁을 주도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모조리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중국은 이미 한국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발전했다. 개혁 · 개방 후 외국 자본이면 두 손을 들고 환영하던 중국은 이제 양질의 자본만 받겠다고 나서고 있다. 중국이 을에서 갑의 입장으로 돌아선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엔 중국의 증권사와 지방은행을 사달라고 한국에 요청했었지만 지금은 팔라고 사정해도 안 판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지어달라고 졸라대더니 이젠 마음에 드는 회사를 선별해서 허가를 내주겠다고 튕긴다. 이런 중국도 더 빠른 발전과 더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세종시 문제로 해를 바꿔가며 다투고 있을 여유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현지에서 느끼는 중국의 발전은 그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세종시 문제로 갑론을박하는 정치인들이 쑤저우공업원구를 한번 방문했으면 좋겠다. 거기서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면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한국에선 전봇대 하나를 뽑는 데 1095일이 걸렸는데 쑤저우공업원구는 3일이면 된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줬으면 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
쑤저우공업원구는 싱가포르와 장쑤성 쑤저우시가 함께 만든 산업단지다. 총 면적은 6000만평이다. 인텔 삼성 등 수천개의 외국 기업이 들어와 있고 이가운데 절반이 IT(정보기술) 기업이다. 행정처리는 민원접수 후 최대 3일이 원칙이어서 기업하기 가장 좋은 지역으로 꼽히기도 한다. 산 · 학 연계를 위한 대학단지까지 마련돼 있다. 산업기지라고 하지만 녹지율이 45%에 달하고 아늑한 호반이 곳곳에 깔려 있는 살기 좋은 곳이다. 첨단산업을 집중적으로 유치하며 연평균 40%의 성장을 거듭,이곳의 1인당 국민소득은 중국 평균의 10배 가까이 된다.
이런 쑤저우공업원구를 100개나 더 만들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계획이다. 중국의 경제개발 원칙 중 '점 · 선 · 면'이라는 게 있다. 핵심거점(점)을 만든 뒤 이를 연결해 일정한 벨트(선)를 형성하고,벨트를 전방위로 확산(면)한다는 것.일찍이 중국 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한 상하이 푸둥도 그렇고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톈진 빈하이신구도 하나의 점이다. 이 점들을 연결할 100개의 또다른 점이 생긴다는 말이다.
100개의 첨단 산업기지 개발 계획은 쑤저우공업원구와 한국의 세종시를 오버랩시키면서 신년 초부터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다. 한국은 세종시 문제로 지난해 내내 국론이 분열되더니 해를 넘겨서도 혼란이 반복될 조짐이다. 1000만평 남짓한 세종시는 쑤저우공업원구에 비해 '반의 반'도 안 되는 크기다. 그걸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두고 나라 전체가 들썩거리는 것도 모자라 서로가 서로를 원수로 만들고 있다. 그 사이에 중국은 첨단 산업기지를,그것도 100개나 만들기로 했다.
중국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가 벌이는 세종시 논쟁은 정말 한가하고,이런 분쟁을 주도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모조리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중국은 이미 한국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을 만큼 기술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발전했다. 개혁 · 개방 후 외국 자본이면 두 손을 들고 환영하던 중국은 이제 양질의 자본만 받겠다고 나서고 있다. 중국이 을에서 갑의 입장으로 돌아선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엔 중국의 증권사와 지방은행을 사달라고 한국에 요청했었지만 지금은 팔라고 사정해도 안 판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LCD(액정표시장치) 공장을 지어달라고 졸라대더니 이젠 마음에 드는 회사를 선별해서 허가를 내주겠다고 튕긴다. 이런 중국도 더 빠른 발전과 더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세종시 문제로 해를 바꿔가며 다투고 있을 여유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현지에서 느끼는 중국의 발전은 그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세종시 문제로 갑론을박하는 정치인들이 쑤저우공업원구를 한번 방문했으면 좋겠다. 거기서 세종시 문제를 논의하면 결론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한국에선 전봇대 하나를 뽑는 데 1095일이 걸렸는데 쑤저우공업원구는 3일이면 된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줬으면 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