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조기퇴근 시민 몰려 북새통
서울시 긴급교통대책…제설작업 주력

서울에 기상관측 사상 최대 `눈폭탄'이 쏟아진 4일 오후 퇴근시간이 다가오면서 시내 곳곳에서 교통정체가 시작되고 있다.

오후 5시30분 현재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동부간선도로와 북부간선도로, 내부순환로 등 시내 주요 간선도로의 교통량은 많지 않지만 도로가 얼어붙기 시작해 차들이 시속 20㎞ 미만으로 서행하고 있다.

을지로와 퇴계로 등 도심 주요 도로와 강남대로, 테헤란로 등 강남권 주요도로 역시 쌓인 눈이 녹아 질퍽하거나 얼어붙기 시작하는 도로 위를 차들이 느릿느릿 오가고 있다.

오후 한때 서울시내 도로 15곳의 차량 운행이 통제됐으나 오후 늦게부터 눈발이 잦아들면서 현재 교통통제 구간은 삼청터널길과 인왕산길, 북악산길, 은평터널길 등 4곳으로 줄었다.

이날 최악의 출근길을 경험한 시민 상당수는 미끄러운 도로를 피해 자가용 승용차를 직장에 둔 채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퇴근길에 나섰다.

특히 이날 오전 인파에 휩쓸린 여성 2명이 실신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린 지하철 역사는 이미 극심한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교대역과 시청역, 신도림역 등 평소에도 이용객이 많은 지하철 역사에는 벌써부터 퇴근길에 나선 시민이 몰려 발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

회사원 김모(30)씨는 "아침에도 지하철로 출근했다 `지옥철'을 경험했는데 퇴근길 지하철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기업은 퇴근길 교통대란을 피해 조기퇴근을 실시하기도 했으며 아예 퇴근을 포기하고 야근을 자처하거나 직장 근처 사우나 등에서 밤을 보내기로 한 직장인들도 속출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최모(28.여)씨는 "회사에서 오후 3시30분부터 조기퇴근을 실시했다"며 "그래도 너무 일찍 나오면 눈치가 보일 것 같아 오후 4시30분께 회사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이모(31)씨는 "집이 멀진 않지만 언덕이 많아 빙판길 사고가 걱정된다"며 "이참에 오랜만에 목욕탕에 가 좋아하는 사우나를 하면서 밤을 지낼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서울시는 퇴근길 교통대란을 완화하기 위해 긴급 대중교통 수송대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지하철은 막차 시간이 종착역 기준으로 새벽 1시에서 2시로 늦춰졌으며 퇴근길 배차집중시간도 오후 6~8시에서 6~9시로 조정됐다.

시내버스의 경우 겨울방학에 따른 감축운행 조치가 해제돼 280개 노선 530대가 증차됐으며 개인택시 부제 운행도 전면 해제됐다.

오전부터 3천500여명에 달하는 전 직원을 동원해 제설작업을 벌이고도 기록적으로 쏟아진 폭설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서울시는 눈이 거의 그치자 제설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적설량은 25.8㎝로 기상 관측기록이 남은 1937년 이래 최대 강설 기록이던 1969년 1월28일의 25.6㎝를 넘어섰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