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다시 뛴다] 올해 금융정책 키워드는 '경제체질 강화·서민생활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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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변화보다 안정'…금융회사 내실경영, 건전성 강화에 초점
관리감독 엄격해져 경영자율성 침해 우려도
관리감독 엄격해져 경영자율성 침해 우려도
올해 금융 정책의 핵심은 '경제체질 강화'와 '소비자보호 확대'로 요약된다. 새로운 정책의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위기 재발에 대비,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안전운행'기조를 유지하면서 예상치 못한 위기 재발의 가능성에 대비해 안전장치를 보강하겠다는 의미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아직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았다"는 말로 이 같은 정책기조의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그러나 금융회사의 내실경영 및 건전성 강화가 강조되면서 민간 금융회사의 경영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며 일방적인 규제강화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 활성화에 우선 순위
정부는 우선 올해 중소기업 자금으로 93조7000억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특히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의 설비투자 자금으로 23조원을 풀기로했다. 중소기업 자금의 경우 금융위기의 한파를 극복하기 위해 많이 풀었던 지난해보다는 5조원 감소하지만 2008년 80조6000억원보다는 13조1000억원 증가했다.
내년에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금융권의 급격한 대출 위축으로 중소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하고 점진적 지원 축소를 통해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공기업별 대출 또는 보증 공급 규모는 기업은행 29조원,산업은행 10조원,정책금융공사 2조1000억원,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52조6000억원 등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대출 보증에 대한 신용보증기관의 만기 연장 조치를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 6월 말로 연장하면서 보증비율은 올해 95%에서 내년 1월부터 90%,7월부터 85%로 축소하기로 했다. 한계기업,자생력이 취약한 기업에 대한 지원은 중단하거나 줄이고 대신 나머지 중소기업에 자금을 수혈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대기업 등에 대한 설비투자 자금의 공급 규모를 올해보다 늘리기로 한 것은 금융위기로 움츠러든 기업들의 설비투자 수요가 경기회복에 맞춰 살아날 것으로 보고 이를 뒷받침하겠다는 뜻이다. 정부는 내년에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만큼 중소기업 자금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풀 방침이다.
또 정책금융기관이 은행에 자금을 대면 은행이 이를 자기 책임하에 중소기업에 빌려주는 간접대출(온렌딩 방식)이 확대된다. 이때 은행은 간접대출과 관련,신용보증기관에 일정 금액을 출연해야 하는 부담을 지지 않아도 된다.
◆위기재발 차단…규제는 강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노출된 취약 부분은 튼튼하게 다져놓겠다는 기조에 따라 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규제 등 관리감독은 더욱 엄격해졌다. 전 세계에 한바탕 몰아닥친 금융위기를 경험한 이후 '작은정부와 탈규제'를 강조해 왔던 신자유주의가 퇴색한 반면 금융시장 안전망 구축을 위한 각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2년 만에 부활하는 예대율 규제다. 예금 대비 대출비율을 뜻하는 예대율은 1998년 11월까지 경영지도비율로 존재하다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없어졌다.
금융위는 올해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를 제외한 예대율을 100% 이내로 유지토록 하되 4년간 유예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산업과 기업,수출입 등 국책은행은 예대율 규제를 받지 않지만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농협은 규제를 받게 된다.
2006년까지 90%대에 머물던 일반은행의 예대율(CD 미포함)은 은행의 외형경쟁 탓에 2007년 말 123.9%, 2008년 말 118.8%로 상승했다가 감독당국의 예대율 하락유도로 올해 9월 말 112.4%로 낮아졌다. 그러나 국내 은행의 예대율은 여전히 선진국 주요 은행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취약 분야는 튼튼히 다져서 해외에서 비판할 빌미를 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위기재발 방지를 위해 은행의 외환부문 건전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은행들은 총외화자산의 2% 이상을 미국 국공채 등 신용도 A등급 이상의 외화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 은행들이 외화유동성 비율을 산정할 때는 외화자산의 신속한 회수 가능성을 고려해 자산형태별로 35~100% 수준의 가중치를 부여하도록 했다.
은행들의 단기 외화차입을 억제하기 위해 중장기 재원조달비율 규제도 강화됐다. 현행 중장기재원조달비율은 1년 이상 외화조달잔액을 1년 이상 외화대출잔액으로 나눈 백분율로,감독규정상 80% 이상을 유지하면 된다. 금융당국은 중장기 재원조달비율 규제를 90% 이상으로 높이고,중장기 기준도 현행 1년 이상에서 1년 초과로 강화하기로 했다.
감독당국은 은행들의 유동성 관리강화를 위해 정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도록 했고 위기상황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또 은행들에 연말까지 부실채권비율을 1.07%까지 낮추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구조조정기금을 통해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다. 내년에도 경제상황에 따라 부실채권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1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작년에 강화한 주택담보대출 총부채상환비율(DTI),담보인정비율(LTV) 규제는 유지하면서 쏠림현상 등 이상 징후가 발생하면 규제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서민금융지원은 확대
정부는 저신용자와 다자녀가구,노인 등 사회복지 차원의 금융지원망은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다자녀가구에 대한 예금 및 대출금리를 우대하고 보험료도 할인해주기로 했다. 자녀 수에 따라 교육 및 생존보험료를 차등 적용하거나 자녀교육비 저축 목적용펀드의 활성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고령화 사회의 급속한 진전으로 노인복지주택의 수요와 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노인복지주택(실버주택)을 주택연금 가입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서민금융지원 확대를 위해 신협,농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회사의 비과세 예금이 서민대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휴면보험금으로 저소득층의 보험계약을 지원하는 사업의 예산은 지난해 4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어나고,저금리 전환대출에 대한 신용회복기금의 보증대상이 7등급 이하에서 6등급 이하로 확대된다. 금융위는 전환대출 보증대상을 확대함에 따라 약 8만3000명이 추가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