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세포를 찾아가 죽일 수 있는 균주를 개발했다.

민정준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팀은 체내에 들어간 뒤 암세포를 찾아가 세포를 녹이는 약물을 분비,암세포를 제거하는 종양표적 박테리아 균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박테리아를 이용한 암 퇴치는 차세대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연구진에 의해 시도되고 있다.

연구팀이 사용한 균주는 박테리아의 일종인 살모넬라균으로 일반적인 살모넬라균의 약 100만분의 1 이하로 독성을 낮춘 것이다. 살모넬라균은 위장염이나 패혈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독성을 낮춘 살모넬라균에 세포를 녹일 수 있는 단백질인 사이토라이신A(cytolysin A)를 집어넣었다. 연구팀은 또 이 균이 체내에 삽입된 뒤 암 세포와 만나면 선택적으로 사이토라이신A를 분비하도록 처리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일반 세포에는 작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암 조직 외 다른 세포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살모넬라 균주는 빛을 내는 발광유전자가 포함돼 있어 균주가 암세포를 찾아가 치료하는 과정을 분자영상 기술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균주는 '시각화가 가능한 치료용 탐사물질(imageable therapeutic probe)'이라고 이름 붙였다"며 "암 치료 과정을 연구하는 데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사용된 살모넬라 균주를 이용,대장암,유방암 및 뇌종양에 걸린 쥐를 대상으로 각각 동물실험을 시행했다. 실험대상 쥐들의 암세포 중 99.9% 이상이 제거됐고 다른 장기로의 전이도 억제되는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민정준 교수는 "박테리아를 이용한 암치료 기술 상용화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며 "임상의 난제 중 하나로 꼽혀왔던 암세포 표적치료기술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암 연구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 저널 중 하나인 '캔서 리서치(Cancer Research)'의 지난해 12월22일자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