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레드릭 테일러(Frederick W.Taylor)가 '과학적 관리의 원칙(The Principles of Scientific Management)'이라는 고전을 출간한 지 100년째 되는 해다. 18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으로 근대 기업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경영학은 20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빛을 못 보고 있었다.

테일러는 대학교수나 학자가 아니라 엔지니어이고 경영자였다. 그런 그가 '경영학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경영학은 태동부터 실용 학문이라는 색깔이 분명했던 것 같다. 1911년 출간된 그의 역저는 현대 경영학의 핵심 원리를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핵심 원리를 잘 대변하는 키워드가 '과학(science)'이라는 용어였다. 책에서 그가 주장했던 과학이란 과연 어떤 의미로 사용됐을까.

테일러는 당시 생산 현장에 만연했던 태업과 주먹구구식 관리 방식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작업자들의 단순 체험이나 직관에 의존한 주먹구구 방식을 대신해 모든 작업에 과학적인 방법을 도입할 것을 역설한 배경이다. '경영의 과학화',즉 기업 경영을 과학적으로 하면 성과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현대 경영학의 원형을 정립한 테일러의 결정적인 공헌이었다.

그가 책에서 밝혔던 과학적 관리 방식이란 작업 시간에 대한 연구와 작업자의 동작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하루의 공정한 작업량을 측정하는 단순한 내용이었지만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은 20세기 경영학을 관통하는 핵심 사상이 됐다. 예컨대 원가회계,자본예산,브랜드 관리 등 지난 100년간 개발된 거의 모든 경영학 지식은 이런 테일러의 사상에 기반을 두고 과학적인 지식과 방법론을 통해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테일러에 대한 논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특히 지나치게 효율성만 강조한 나머지 인간의 기계화,노동 착취,혹은 종업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기업 경영에 과학적 지식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만으로도 그는 분명 경영학의 선구자임에 틀림없다. 오랫동안 기업에 몸담은 경영자의 경험이나 직감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나 훌륭한 경영자 치고 과학적 지식들을 애써 무시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들은 항상 새로운 지식에 목말라 한다. 테일러의 주장처럼 학습은 경영자들의 숙명인가 보다.

이동현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