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중도와 서민대책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연말 원전 수주를 통해 지지도도 급상승했다. 하지만 교육정책에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 핵심에는 '간섭'이 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이 겉으로는 자율이라고 외치면서 국가개입과 통제가 여전히 횡행해 말로만 자율인 '짝퉁자율''방임행정'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제중,국제고,특목고 및 자율고의 선발 방식이나 대입전형 등에 있어서 학교 선택과 학생 선발권은 과거 좌파 정부보다 나아진 것이 별로 없어 보인다. 특히 그나마 지녔던 선발권과 학교선택의 폭을 옥죄어 버린 외고 문제는 자칫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 할 만하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정책노선에 관계없이 교육문제를 일률적으로 공적(公的)문제로 접근하는 데서 비롯된 오류는 '공짜'라는 키워드로 집약된다. 대표적인 게 학교급식 문제다. 지난 정권에서 각계의 뜻 있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직영급식 의무를 명문화하는 쪽으로 학교급식법이 개악된 바 있다. 여기에다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동시에 선출되는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를 겨냥해서인지 무상급식까지 추진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된다. 이는 물론 야권에서 시작한 사안이지만 정부 여당에서도 방조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결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교급식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수익자 부담원칙이다. 하지만 학교급식을 무상으로 하자는 발상은 유권자들에게 가계비 경감이라는 공짜심리를 유발하고,모든 재화를 공동 소유하자는 발상과 맞닿아 있다. 무상급식이 추진된다는 가정 아래 소요 예산을 추정해 보면 연간 3조원이 넘는다. 며칠 전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올 전체 국가예산의 1%에 해당한다.

정작 심각한 문제는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공짜'와 '간섭'이 교육정책 입안과 추진 과정에서 매우 밀착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공짜'와 '간섭'이 교육정책을 담당하는 집권층의 시혜(施惠) 심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외고문제만 하더라도 평준화에 의해 황폐화된 우리 교육의 수월성 유지에 그나마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외고를,서민대책의 일환인 사교육비 문제를 들고 나와 아예 없애려다가,여러 가지 정황에 눌려 '손보려다 봐준' 꼴이 되었다. 집권 세력이 마치 시혜를 베풀어준 모양새가 된 것이다. 정작 대학의 자율이어야 할 대학입학사정관제 도입도 '관제'자율인 데다 이를 도입하지 않는 대학은 교부금과 지원금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실정이다. 대학입학사정관제는 자율적이어야 할 대학이 시혜를 받고 일률적 통제를 받는 꼴이 된다. 순수해야 할 학부모단체도 공짜심리에 편승해 학부모회 지원이라는 시혜를 받으면 반대급부인 간섭을 받게 된다(본지 2009년 12월3일자 시론).

앞으로 심히 우려되는 것은 무임승차 심리에 편승해 학교급식의 무상화 목소리가 커지면 교육당국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돼버린다는 점이다. 집권층과 교육관료들은 시혜를 베푸는 입장이어서 논점이 학교급식의 본질을 벗어난 데 관심도 없으며 국가재정의 낭비와 비효율성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이다. 정작 천문학적 재정부담과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하는 일반 유권자들의 몫이다. 공짜심리에 편승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새해에는 주인의식이 결여된 '공짜'와 '간섭'이 가져다주는 폐해를 예견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세상 어디에도 공짜점심이 없듯이,공짜 심리는 국가통제와 간섭을 일삼는 전체주의국가를 자초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새겨야 한다. 전체주의국가에는 중도도 서민도 없고,그나마 바랄 공짜는 더욱 없다.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