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기업 전성시대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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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7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0'은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새해 첫 격전장이다. 경기 상승기를 앞두고 열리는 행사인 만큼 벌써부터 많은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작년보다 330개 늘어난 2830개 업체가 참가,역대 전시회 사상 가장 많은 2500여종에 이르는 전혀 새로운 기술의 진화를 공개할 것이라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불황 속에서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주도권을 내준 소니와 필립스 파나소닉 등 경쟁사들의 반격 카드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하지만 세계 가전시장의 눈과 귀는 단연 삼성과 LG가 경쟁사 추격을 따돌리고 리더십을 굳히기 위해 던질 승부수와 새로 제시할 글로벌 표준에 쏠려 있다.
무엇보다 기자는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경쟁질서를 뒤바꿔 놓은 삼성과 LG가 올해 CES부터 국내외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보도 발표회 일정을 공유하기로 한 점을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로 보고 싶다. 두 회사가 자존심 싸움,좁은 국내시장을 갈라먹는 신경전의 부담을 털어버렸다는 점에서다. 삼성과 LG는 전략제품이 나올 때마다 해외에서 먼저 발표할 정도로 글로벌 기업이 된 지 오래다.
전자뿐만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70만3000여대를 크게 웃도는 240만4000대를 해외에 내다팔아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 처음으로 해외 생산이 국내를 넘어서게 된다. 현대 · 기아차가 20% 가까이 늘려잡은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 540만대 중 426만대는 해외 소비자를 겨냥했다. 1980년대 중반 3저(원화가치 · 금리 · 유가 하락)호황 때와는 달리 탄탄히 쌓은 실력이 받쳐주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질주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도 지난 4일 시무식에서 일제히 '더 큰 꿈과 더 강한 도전'을 향한 출사표를 내놓았다. 우선 살고 보자는 아생연후(我生然後)의 화두가 1년 만에 옥쇄의 각오로 싸움에 임한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자기 자신을 이기고 항상 앞으로 나아간다는 극기상진(克己常進),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친다는 승풍파랑(乘風破浪)으로 바뀌었다. 한국 기업 최고의 전성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와 각오가 새해 벽두 국민들에게 또다른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지난 2년간 경제위기는 새 질서가 재편되는 서막"이라고 규정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의 지적처럼,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게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다.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라는 정부 정책과제는 올해도 기업들을 옥죌 게 분명하다. '벌었으니 풀어라'는 식의 발상과 신입사원 초봉을 깎아 인턴을 더 고용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주문이 또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달러 박스였던 조선산업의 끝모를 불황,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배수진을 친 금호아시아나의 분투,주인을 못 찾는 대형 M&A(인수 · 합병)대상 기업들의 진로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기회와 위기,새로운 도전의 계절에 정기 인사에서 승진,일선 사업부서장으로 복귀하는 한 대기업 임원의 푸념 아닌 푸념은 귀담아 들어볼 만하다. "융통성 없는 관료들,뻣뻣하기만한 금융회사,갑의 자세를 도무지 버릴 줄 모르는 대형 거래선들과 실랑이를 벌일 생각을 하니 아찔합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다시 바닥을 박박 기는 자세로 돌아가 현장에서 승부를 내겠습니다. "
유근석 산업부 차장 ygs@hankyung.com
불황 속에서 지난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주도권을 내준 소니와 필립스 파나소닉 등 경쟁사들의 반격 카드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하지만 세계 가전시장의 눈과 귀는 단연 삼성과 LG가 경쟁사 추격을 따돌리고 리더십을 굳히기 위해 던질 승부수와 새로 제시할 글로벌 표준에 쏠려 있다.
무엇보다 기자는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경쟁질서를 뒤바꿔 놓은 삼성과 LG가 올해 CES부터 국내외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보도 발표회 일정을 공유하기로 한 점을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로 보고 싶다. 두 회사가 자존심 싸움,좁은 국내시장을 갈라먹는 신경전의 부담을 털어버렸다는 점에서다. 삼성과 LG는 전략제품이 나올 때마다 해외에서 먼저 발표할 정도로 글로벌 기업이 된 지 오래다.
전자뿐만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70만3000여대를 크게 웃도는 240만4000대를 해외에 내다팔아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올해 처음으로 해외 생산이 국내를 넘어서게 된다. 현대 · 기아차가 20% 가까이 늘려잡은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 540만대 중 426만대는 해외 소비자를 겨냥했다. 1980년대 중반 3저(원화가치 · 금리 · 유가 하락)호황 때와는 달리 탄탄히 쌓은 실력이 받쳐주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질주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주요 대기업 총수들도 지난 4일 시무식에서 일제히 '더 큰 꿈과 더 강한 도전'을 향한 출사표를 내놓았다. 우선 살고 보자는 아생연후(我生然後)의 화두가 1년 만에 옥쇄의 각오로 싸움에 임한다는 파부침주(破釜沈舟),자기 자신을 이기고 항상 앞으로 나아간다는 극기상진(克己常進),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친다는 승풍파랑(乘風破浪)으로 바뀌었다. 한국 기업 최고의 전성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의지와 각오가 새해 벽두 국민들에게 또다른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지난 2년간 경제위기는 새 질서가 재편되는 서막"이라고 규정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의 지적처럼,그렇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게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다. 고용 창출과 투자 확대라는 정부 정책과제는 올해도 기업들을 옥죌 게 분명하다. '벌었으니 풀어라'는 식의 발상과 신입사원 초봉을 깎아 인턴을 더 고용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주문이 또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달러 박스였던 조선산업의 끝모를 불황,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배수진을 친 금호아시아나의 분투,주인을 못 찾는 대형 M&A(인수 · 합병)대상 기업들의 진로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기회와 위기,새로운 도전의 계절에 정기 인사에서 승진,일선 사업부서장으로 복귀하는 한 대기업 임원의 푸념 아닌 푸념은 귀담아 들어볼 만하다. "융통성 없는 관료들,뻣뻣하기만한 금융회사,갑의 자세를 도무지 버릴 줄 모르는 대형 거래선들과 실랑이를 벌일 생각을 하니 아찔합니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다시 바닥을 박박 기는 자세로 돌아가 현장에서 승부를 내겠습니다. "
유근석 산업부 차장 y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