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증시의 수급을 좌우할 변수는 역시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새해 들어 이틀 사이에 6000억원 넘게 주식을 사들이며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지난해 사상 최대인 32조원 이상의 주식을 샀던 터라 올해는 매수 강도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 증시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지수에 편입될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한국은 2008년부터 MSCI 선진지수에 도전했다가 두 차례 실패했지만 올해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MSCI와 함께 글로벌 증시의 양대 투자 기준인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선진지수에 지난해 편입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 6월에 판가름날 MSCI 선진지수 편입이 성사될 경우 미국 일본 등의 중장기 자금을 중심으로 최저 4조원에서 최대 10조원의 해외 투자자금이 유입돼 다시 한번 '바이 코리아'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MSCI 측 코스피 200지수 사용권 요구

MSCI는 지난해 6월 한국 증시를 신흥시장에 잔류시키면서 3개 항목에 대해 '상당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장 규모와 유동성,경제적 발전 등의 기준은 충족했지만 △외환시장 자유화 부족 △외국인 등록제도(ID)의 경직성 △반경쟁적 요소 등이 MSCI 선진시장의 기준치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자유화는 역외 원화시장이 없고 서울 외환시장에 제약요인이 많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ID 제도는 통합 계좌,장외 블록 트레이딩의 허용 등이 핵심이다. 경쟁 제한과 관련해선 MSCI 측이 코스피 200지수의 사용권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 당국은 상반기 중 MSCI가 지적한 항목의 개선책을 검토해 선진지수 편입이 성사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D 제도와 외환시장 개선 조치 등이 있을 경우 선진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코스피200 사용권은 우리 측이 쉽게 양보할 수 없는 것이어서 편입 결정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 머니 유입 기대

올해 외국인 매수 규모는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작년에 워낙 많이 주식을 샀던 데다 원화 강세(원 · 달러 환율하락)에 따른 환차익 매력이 떨어져서다. 지난해 7월 달러당 1315원이었던 환율은 11월 중순 1150원대까지 지속적으로 떨어져 외국인 입장에선 짭짤한 부수입을 챙겼다.

지난해 글로벌 유동성을 뒷받침했던 '달러 캐리' 자금도 올 하반기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증시에 추가 유입되기보다는 오히려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MSCI 선진지수 편입에 청신호가 켜질 경우 발 빠르게 움직이는 해외 '스마트 머니'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주식 매수가 예상보다 활발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영국계 자금은 지난해 상반기 4770억원이 유입되는데 그쳤지만 9월 FTSE 선진지수 편입이 유력해지자 7월부터 대규모 자금이 들어와 3분기에만 3조원으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MSCI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이 FTSE보다 30% 정도 많아 편입효과가 훨씬 더 클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펀드 중 MSCI를 벤치마크로 삼는 자금은 약 3조달러(3450조원)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국이 이머징 지수에서 빠지면서 이탈할 자금은 450억달러 정도인 반면 선진지수 편입으로 새로 유입될 자금은 540억달러로 계산됐다. 이론적으로 선진지수 편입 효과가 90억달러(10조3500억원 상당)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FTSE 선진지수 편입에 따른 직접효과가 약 3조원이었다고 보면 MSCI 효과는 적어도 이보다 30% 많은 4조원가량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채권시장에선 WGBI 편입이 관심

채권시장에선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이 큰 관심사다. 씨티그룹이 관리하는 전세계 23개국 정부채권으로 구성된 이 지수를 지표로 삼는 자금 규모는 약 1조달러(115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외국인들은 국내 채권도 사상 최대 규모인 52조40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국고채가 WGBI에 들어가면 최대 400억달러(46조원)가 국내로 유입돼 채권시장이 크게 활기를 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은 작년 말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씨티그룹과 지속적으로 협의해왔기 때문에 편입에 필요한 조건은 모두 충족시켰다"고 밝혔다.

채권 전문가들은 WGBI위원회의 정례 회의가 열리는 이달 또는 오는 7월 중에 한국의 WGBI 편입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 채권시장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로선 한국이 WGBI지수에 편입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해 씨티 측에 편입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어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박해영/김동윤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