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처음으로 한 달 정도 쉬었습니다. 덕분에 컨디션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

미국PGA투어 2010시즌 개막전 SBS챔피언십(옛 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하와이에 머무르고 있는 양용은(38 · 테일러메이드 · 사진)은 6일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양용은은 지난달 초 셰브론월드챌린지를 마지막으로 한 달 동안 꿀맛 같은 휴식을 취했다. 그 사이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의 라운드 약속도 지켰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 그루브(groove) 룰'에 대해 물어봤다.

"이번 대회에 오기 전까지는 그루브 룰이 성적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막상 연습 라운드를 해 보니 큰 차이를 못 느끼겠네요. 제가 클럽에 예민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새 클럽으로도 러프에서 스핀이 잘 먹던데요. 다만 볼은 바꿨습니다. 지난해까지는 테일러메이드 'TP 레드'를 썼는데,지금은 새 제품인 '펜타'를 씁니다. " 펜타는 테일러메이드가 내놓은 5피스 구조의 볼로 터치감이 부드럽고 스핀도 여타 제품보다 잘 먹는다고 했다. 규격이 강화된 클럽보다는 볼로 스핀을 더 많이 내려는 의도로 5피스 볼을 택한 것이다.

양용은은 올해 40여개의 미PGA투어 대회 가운데 22~25개 대회에 출전할 생각이다. 지난해(23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4월 말께는 고향 제주에서 열리는 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에 출전,고국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그의 올해 투어 목표는 메이저대회 승수 늘리기.그 무대는 4월 둘째주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에서 열리는 마스터스토너먼트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꿈이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US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으니,이제는 마스터스를 노려야겠지요. 코스 셋업이나 대회 분위기 등에서 아시아 선수들이 우승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대회가 마스터스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마스터스에서 메이저 2승째를 노릴 겁니다. "

아직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양용은은 이번 대회에 모자 전면은 공백으로,골프백에는 'kotra' 로고를 달고 나간다. "모자에 아무 로고가 없으니 '나는 아직 스폰서가 없다'는 광고가 되지 않겠어요?"

한편 8일(한국시간) 하와이 마우이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코스에서 시작하는 이 대회는 지난해 투어 우승자 28명만 출전하는 '왕중왕전'이다. 양용은은 지난해 투어 2승 자격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양용은은 SBS와 인연이 깊다. 프로데뷔 후 첫 승을 바로 2002년 SBS최강전(태영CC)에서 올린 것.대회 성격이나 출전 선수들의 면면은 다르지만,그로서는 8년 전의 기억을 되살릴수 있는 대회인 셈이다. 더욱이 세계 랭킹 1,2위인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불참하기 때문에 양용은은 시즌 첫 대회부터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 세계 랭킹 3위 스티브 스트리커를 비롯 지난해 메이저 챔피언들인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루카스 글로버,스튜어트 싱크(이상 미국) 등이 출전자 명단에 올랐지만,우즈나 미켈슨에 비해서는 중량감이 떨어진다.

1,2라운드(8,9일)는 SBS골프채널에서,3,4라운드(10,11일)는 SBS에서 중계할 예정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