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은 한 해를 시작함과 동시에 새로운 10년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새로운 시작에는 기대와 각오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북한의 신년공동사설도 예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신년공동사설은 북한이 1년 동안 추진할 대내외 정책대강을 밝힌 것이기 때문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제목부터 "경공업 · 농업에 박차를 가해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는 이례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예년과 달리 거친 표현들도 줄어들었다. 물론 전반적인 기조는 예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이 같은 표면적 특징과 함께 세 가지 주목해 봐야 할 사항들이 들어있다.

첫째,당을 중심으로 후계작업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선군정치에 대한 언급은 줄어든 반면 당의 역할과 기능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1970년대 후계자 시절 김정일에게 붙이던 '당의 향도'라는 개념이 오랜만에 등장했다. 이는 후계자가 당내에서 활동하며 북한주민들과의 접촉점을 늘려갈 것임을 의미한다.

둘째,소비재 공급 확대에 주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30일 화폐교환을 전격 실시한 바 있다. 새해부터는 외환의 직접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시장의 확산을 억제하고 공식경제부문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이지만,소비재 및 식량 등을 공식 유통망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화폐교환 이후 북한의 임금근로자들은 실질 구매력이 높아졌다. 경공업과 농업 부문에 힘을 쏟아 소비재와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후계작업에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

셋째,대외관계 개선에 긍정적 시그널이 엿보였다. 한국정부에 대해서는 거친 표현을 자제하고 '남북관계 개선의 길을 열자'고 했다. 미국과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 및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한편 자립경제,자력갱생 등의 표현이 없는 반면 대외경제관계 확대를 강조한 점도 주목된다.

이러한 북한의 유화적 태도에 화답하듯이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남북간 상시 대화기구 마련 및 북한 지역 국군유해 발굴사업 등을 제안했다. 북한이 원칙적 입장을 제시했다면,한국은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안하는 방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남북간에는 간헐적이지만 대화가 재개됐다.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비공식 접촉도 진행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남북한 공동시찰단이 중국과 베트남의 공업단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미국과 북한의 대화도 재개됐다.

이와 같이 남북관계는 대립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제는 어떤 수순을 거쳐 대립에서 대화로 전환해 나갈 것인가를 숙고해야 한다. 핵심은 경제문제일 것이다. 북한은 성장동력이 극도로 약화된 상태다. 북한이 경공업과 농업분야에 획기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외부세계의 도움,특히 남북한 경제협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북한은 조속한 시일 내에 6자회담으로 복귀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를 재개해야 한다.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간에 상설 대화기구를 설치해 최고위층의 생각이 직접 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남북한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남북한 경제협력은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는데 주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 모두에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작동할 수 있다.

남북한 경제협력이 적어도 향후 10년 동안 모두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2010년이 그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동용승 삼성경제硏 연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