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증시 大전망] 채권 투자전략 : 채권금리 소폭 상승 전망…출구전략 시행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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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채권지수 편입 기대…수급안정 등 호재 불구
완만한 하락-상승 전망 엇갈려
완만한 하락-상승 전망 엇갈려
올해 전 세계 금융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출구전략'이다. 작년의 경우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을 긴장하게 만들었다면 올해는 출구전략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경기상황과 정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채권시장은 올해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다사다난했던 작년 채권시장
지난해 채권시장은 2분기 이후 약세(채권금리 상승)를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파로 급하강했던 국내 경기가 서서히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연 3.42%로 출발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5월부터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해 연말에는 4.41%까지 뛰었다.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가격은 하락했다. 하반기엔 채권값이 떨어졌다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 국내 전체 국고채 가격의 실시간 동향을 보여주는 케비(KEBI)지수는 지난해 7월1일 100에서 출발해 연말에는 101.5194로 마감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각 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쏟아부었던 유동성을 환수하는 '출구전략'이 이슈가 되면서 채권시장은 더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해 9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습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자 채권금리가 급등세를 보인 것이 단적인 예다.
채권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은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52조4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폭등했던 원 · 달러 환율이 하락세(원화강세)로 돌아설 경우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 데다 풍부하고 값싼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 캐리트레이드가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올해 채권시장 최대 관심은 '출구전략'
올해 채권시장의 최대 이슈는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한 출구전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비상사태'를 맞아 풀린 시중의 유동성을 환수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정책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책금리 인상은 결국 채권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고 반대로 채권가격은 하락하기 때문에 채권시장에는 '악재'다.
작년 말 두바이의 국영 건설사 두바이월드의 모라토리엄 가능성이 제기되자 세계 각국의 출구전략이 지연될 수 있다는 기대가 고개를 들었다. 금융위기의 후폭풍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출구전략을 단행할 경우 세계경제가 '더블딥'(이중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채권시장은 초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이 올해도 마냥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도 이런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다. 금리인상 '시기' '폭'과 관련해서는 이견이 있지만,2.0%라는 초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물가상승과 자산가격 버블 등으로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연내에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채권시장의 수급상황도 관심사다. 올해 국고채 발행 물량은 80조원 정도로 작년(85조6000억원)보다는 5조원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공급 측면에서 본 수급 상황은 작년과 비교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반면 채권수요는 작년 대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정기예금 금리가 상승할 경우 채권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인들의 채권 매수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달러 캐리트레이드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최소한 작년 이상의 외국계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 올해 한국 국고채 시장이 글로벌 채권 펀드들의 투자 잣대가 되는 세계채권지수(WGBI)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WGBI는 세계 최대 금융업체인 씨티그룹이 운영하는 지수로 한국이 이 지수에 포함될 경우 최대 400억달러의 외국계 투자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권금리 완만한 등락 이어갈 전망
올해 채권시장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지만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대우증권은 국고채 3년물 금리가 1분기에 연 4.0%에서 2~3분기엔 3%대로 떨어졌다가 4분기엔 4.1%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서철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채권금리가 경기상황을 거스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올해 실물경기 회복세는 둔화될 것이기 때문에 채권금리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연구위원은 "한국은행이 1분기 중 두 차례에 걸쳐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폭은 크지 않아 채권금리 하락 흐름을 제어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2005년 하반기부터 2006년까지 총 다섯 차례의 정책금리 인상이 단행됐지만 채권금리는 첫 2회 인상 때까지만 상승하고 그 이후엔 하락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현대증권은 올해 채권금리는 추세적으로 완만한 상승세(채권가격 하락)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동준 현대증권 채권팀장은 "올해 전년 동기대비 분기별 성장률은 하반기로 갈수록 둔화되겠지만 전기대비 성장률은 하반기가 더 높을 것"이라며 "2009년의 드라마틱한 반등으로 성장탄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올해는 민간부문의 기여로 인해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