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추위야"…모피 3년치 재고 털고 내복은 동날 판
지난달 중순께부터 시작된 맹추위와 유례없는 폭설로 유통가에선 겨울상품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올 겨울 예년보다 높은 기온을 유지할 것이란 기상청 예보와 달리 뼛속까지 파고드는 한파 탓이다. 때문에 모피,내복 등은 세일용으로 준비한 재고물량까지 동이날 지경이어서 업체들마다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모피 · 다운 · 내복 최대 호황

모피업체들은 지난 3년간 판매 부진으로 쌓인 재고를 올 겨울에 모두 소진할 판이다. 경기회복과 함께 모피가 젊은층의 패션 핫아이템으로 떠올랐기 때문.현대백화점의 경우 모피 매출은 2005년 사상 최대인 56% 신장률을 기록한 이후 3년간 역신장을 면치 못하다 이번 겨울엔 40% 급증세로 반전됐다. 젊은층을 겨낭한 트렌디한 디자인에 맹추위가 더해진 결과다.

다운재킷은 아웃도어 업체는 물론 캐주얼 · 스포츠 브랜드들까지 대박 상품으로 떠올랐다. 노스페이스는 '눕시 다운재킷' 한 품목만 6만장을 준비해 지난달 완판했다. 코오롱스포츠도 다운재킷 물량을 20~30% 늘려 10만장을 준비했지만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4만장을 추가 제작했다.

남영비비안은 물류센터에 쌓아둔 내복 재고물량까지 바닥이 났다. 김진복 비비안 상품기획팀 부장은 "올 겨울시즌(작년 9월~현재) 내복 매출이 40% 늘어 최근 5~6년 사이 보기드문 실적을 냈다"며 "현재 매장에 남은 물량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랜드 '스파오'의 발열내의 '웜히트'도 하루 평균 1000장씩 나간다. LG패션의 여성복 '모그'는 보온성이 우수한 고급 캐시미어 코트를 이미 5차례나 재생산에 들어갔을 정도다. ABC마트에선 지난달 20일 이후 여성용 방한부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4% 급증했다.

◆다음 주면 겨울상품 품절될 듯

"반갑다 추위야"…모피 3년치 재고 털고 내복은 동날 판
유통업체들은 모처럼 맞은 강추위 덕을 보기 위해 물량 확보에 총력전이다. 백화점들은 새해부터 폭설과 한파로 입점 고객이 30% 줄어 울상이지만 겨울용품으로 매출 부진을 만회하느라 분주하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다운,패딩점퍼를 취급하는 캐주얼 브랜드들이 제품을 전년보다 20~30%가량 늘려 준비했지만 '테이트''폴햄' 등 10만원 미만 영캐주얼 기획상품은 지난달 말 이미 품절됐다. 비교적 고가인 경량 다운재킷도 준비한 물량의 90% 이상이 팔렸다. 머플러 47%,장갑 85.4%,어그부츠가 53.4%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강신 캐주얼팀 바이어는 "보통 1월엔 겨울상품을 정리하기 위해 할인판매하지만 브랜드들이 오히려 할인율을 줄이거나 세일을 기피한다"며 "강추위가 이어져 다음 주면 대부분 겨울상품들이 품절 사태를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에선 전기히터,장갑 등 방한용품과 스노체인,눈썰매 등 폭설 수혜 상품의 매출이 급증했다. 전기히터 매출(12월26일~1월5일)은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특히 집 주위에 눈이 쌓인 덕택에 평소 잘 안 팔리던 눈썰매가 1000개 이상 나가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폭설 · 한파가 가장 반가운 업체는 온라인몰들.패션쇼핑몰 아이스타일24의 이린희 마케팅팀장은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온라인몰로 몰리면서 4일 방문자 수가 전날보다 48% 급증했다"고 말했다. 롯데아이몰닷컴은 4일 방문 고객이 74만명으로 전날보다 50만명 늘어난 74만명에 달했다. 온라인몰에선 극세사 침구,코트,기모팬츠 등 방한용품과 입욕제,찜질기,족탕기,홍삼중탕기 등 건강 관련 용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안상미/최진석 기자 saramin@hankyung.com